담담하지만 긴장감 감추지 못한 표정
"이번 일 마지막" 부분은 힘주어 말해
"다스 누구 것인가" 질문엔 끝내 침묵
【서울=뉴시스】나운채 기자 = "바라건대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명박(77) 전 대통령이 14일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출석하면서 남긴 이 말에는 힘이 있었다.
앞서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15분께 서울 논현동 자택에서 출발했다. 이 같은 소식이 들리자 검찰청사 정문 앞을 지키고 있던 취재진 사이에서 사뭇 긴장감이 짙게 흘렀다.
카메라 플래시가 연신 터지는 가운데 이 전 대통령은 포토라인 한가운데 섰다. 곧바로 취재진이 "국민에게 한 말씀 해 달라"라고 질문을 건넸으나, 이 전 대통령은 이를 손짓으로 막은 뒤 양복 주머니 안쪽에서 미리 준비한 입장문을 꺼내 가르켰다.
이 전 대통령은 담담한 표정으로 "저는 오늘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무엇보다도 민생 경제가 어렵고,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이 매우 엄중할 때 저와 관련된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대단히 죄송하다"라며 "저를 믿고 지지해주신 많은 분들과 이와 관련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분들에게도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라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의 표정에 순간 긴장감이 서렸다. 허리를 꼿꼿이 핀 이 전 대통령은 정면을 주시하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그의 목소리엔 비장하리만큼 힘이 담겼다.
이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오늘 하고 싶은 얘기도 많다만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다"라며 "다만 바라건대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되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검찰 직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청사 안으로 들어서려 했다. "100억원대 뇌물 혐의를 부인하는가"라며 이어진 취재진의 질문에 이 전 대통령은 살짝 손짓을 건네며 "(계단이)위험하다"라고 짧게 말했다.
"다스는 누구의 것으로 생각하느냐"라는 취재진의 마지막 질문에는 끝내 입을 다물었다.
이 전 대통령은 곧바로 미리 대기돼 있던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MB정부 초기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냈던 강훈(64·14기) 변호사를 필두로 한 변호인단 4명은 이미 청사 안에 들어와 있던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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