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향 장기수 강용주씨, '보안관찰 위반' 혐의 무죄

기사등록 2018/02/21 16:18:59


'유학생 간첩단' 연루…14년 옥살이
"재범우려 위험성 인정하기 어렵다"

【서울=뉴시스】이혜원 기자 = 보안관찰 신고 의무를 지키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비전향 장기수' 강용주(56)씨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 조광국 판사는 21일 보안관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조 판사는 "강씨를 보안관찰법 위반죄로 처벌하려면 신고 기간 갱신 처분이 적법해야 한다"며 "강씨가 재범할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할 충분한 이유가 있었는지를 놓고 적법성을 판단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조 판사는 이어 "강씨가 체제를 부인하거나 보안관찰 제도 자체를 부인하는 행동을 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라며 "보안관찰 불복종을 한다 해도 헌법상 보장되는 정치적·양심의 자유를 벗어나는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경찰은 강씨가 재단법인 '진실의힘' 이사로 활동하면서 과거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기소된 뒤 재심을 청구해 무죄를 선고받은 사람들을 만나는 점 등을 재범 우려로 들고 있다"며 "하지만 강씨는 단체에서 주관하는 강연회 등에 참여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밖의 인터뷰나 언론 기고, 강연 등은 헌법상 보장되는 언론 출판의 자유로 보인다"며 "강씨가 비교적 안정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점 등을 모두 고려할 때 재범 위험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선고가 끝난 뒤 강씨는 "법치주의와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는 법원의 임무를 다하기 위해 어려운 결정을 내려줘서 감사드린다"라며 "이번 판결이 우리 사회에 인권과 민주주의, 자유와 평등이 공기처럼 (자리잡는 데) 한 걸음 더 내딛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의사인 강씨는 전두환 정권 시절인 1985년 '구미유학생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강씨에게 사형을, 항소심은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최연소 비전향 장기수'로 복역한 강씨는 1999년 2월25일 특별사면돼 출소했다. 법무부는 강씨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3년 이상 복역했다는 이유 등으로 강씨를 보안관찰 대상자로 지정했다.

 보안관찰 처분을 받으면 만난 사람과 일시 및 장소, 여행지 등 주요 활동내역을 3개월마다 관할 경찰서에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강씨가 이를 거부하자 검찰은 강씨를 보안관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강씨는 같은 혐의로 두 차례 벌금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지난해 12월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강씨가 받은 고통에는 공감하지만, 보안관찰 제도 거부는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다"라며 징역 1년을 구형했다.

 강씨는 "14년간 갇혀있던 독방에서 벗어났지만, 18년째 보안관찰법이라는 창살에 갇혔다"며 "폭력적인 국가 시스템의 적폐"라며 선처를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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