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빈의 클로즈업 Film]버디무비로 보는 남북 평화…'강철비'

기사등록 2017/12/13 09:20:56

최종수정 2017/12/13 09:46:55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양우석(55) 감독의 데뷔작 '변호인'은 주인공 '송우석'이 헌법 제1조 2항을 활용한 대사를 내뱉는 그 순간 절정에 도달한다.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란 국민입니다."

 너무 당연해서 특별한 느낌을 주지 않는 이 말에 생명력을 불어넣기까지 한 걸음씩 서서히 전진하는 게 이 작품의 목표였다.

 양 감독의 두 번째 영화 '강철비'(12월14일 개봉) 또한 도착 지점이 명확한 작품이다.

 "분단 국가 국민들은 분단 자체보다는 분단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이들에 의해 더 고통받는다." 남한의 철우(곽도원)와 북한의 철우(정우성)는 모두 이 대사를 말한다.

 양 감독은 전작에서 그랬던 것처럼 분단 상황에 무뎌질대로 무뎌진 우리 관객이 이 말에 기어코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때까지 뒤돌아보지 않고, 쉬지 않고 나아간다.


 남한 정권 교체기, 북한에서 쿠데타가 일어나고 정찰총국 정예요원 출신 엄철우(정우성)는 우연히 부상당한 북한 권력 1호를 발견, 그를 데리고 남한으로 몰래 내려온다. 이와 관련한 첩보를 입수한 남한 외교안보수석 곽철우(곽도원)는 엄철우를 생포하는 데 성공하지만 한반도 전쟁 위협은 커져만 간다. 이에 곽철우는 엄철우의 정보를 바탕으로 그와 함께 제2의 한국전쟁을 막기 위한 작전에 돌입한다.

 단 두 작품이지만, 명확한 메시지와 함께 목표한 지점까지 이야기를 뚝심 있게 밀어붙이는 연출은 '양우석 스타일'이라고 할 만한다.

 양 감독은 '변호인' 때 그랬던 것처럼 소재의 엄중함을 잊지 않고 묵직하게 발걸음을 내딛으며 이야기를 펼쳐간다. 기교도 없고 화려하지도 않으며 때로는 투박하고 촌스럽지만, 분단 상황에 관한 진지한 고민과 태도는 관객으로 하여금 남북 관계를 오락영화 소재로 활용하기만 하는 건 아니라는 진정성을 느끼게 한다.


 '강철비'는 아마도 남북 관계의 비극을 상기하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평화와 통일을 위한 발걸음까지 이야기하는 첫 번째 영화일 것이다. 상업영화의 틀 안에 이런 거대담론을 담아내려는 시도와 용기, 일정 수준 이상의 재미를 확보하면서도 무거운 메시지에 짓눌리지 않은 이 작품의 결과물은 지리멸렬하고 천편일률적인 최근 한국영화계의 소중한 성취다.

 남과 북의 정체성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두 철우의 버디무비로 그려낸 건 이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부분 중 하나다. 두 인물이 짝을 이뤄 남북 평화 무드 형성에 공을 세운다는 설정보다 중요한 건 두 사람의 우정이다.

 결국 남과 북은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다. "77년생이네. 내가 형이니까 반말할게" "이제 우리 한 팀이다" "나 너 믿는다. 딴 생각하면 안돼" "걔 우리 편이야" "넌 너무 말랐고, 난 너무 살쪘어…우리 반포동에서 같이 살자" 같은 대사는 '강철비'의 지향점을 노골적으로 알려준다. 이 대사들을 주로 남한의 철우가 하고 북한의 철우는 묵묵히 받아들인다는 것 또한 상징적이다.


 여기서 눈여겨 봐야할 건 곽도원과 정우성의 연기 호흡이다. 곽도원은 언제나 그랬듯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준다. 생활인으로서 헐렁함과 공인으로서 책임감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능력은 그가 왜 현재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많은 부름을 받는 배우인지 알게 한다. 다소 과장된 대사들을 편안하게 담아낼 수 있었던 것도 곽도원의 공이다.

 최근 작품에서 다소 아쉬운 연기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아온 정우성은 필모그래피에 남을 만한 활약을 펼친다. 무뚝뚝하지만 정이 있고, 큰 눈에 순박함이 담긴 엄철우는 정우성에게 딱 맞는 옷이다.


 다만 단점이 없는 작품은 아니다. 첩보물로서 매력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단순한 서사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러닝타임이 140분에 달한다는 점은 일부 관객에게 지루하다는 평가를 받을 여지가 있다. 조악한 완성도의 세트장 촬영과 몰입을 떨어뜨리는 수준 이하의 컴퓨터 그래픽은 할리우드 대작에 길들여진 관객의 눈을 만족시키지 못한다.

 꽤 많은 분량으로 삽입된 남북 관계 과거와 현재에 관한 설명 부분이나 인접 국가들 간 외교 관계를 희화화하는 장면 등은 무의미해 보인다.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하려는 건 좋지만, 관객을 가르치려는 것처럼 보이는 일부 장면은 동의를 얻어내기 쉽지 않다. 무리한 이야기 전개에 대한 지적도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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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빈의 클로즈업 Film]버디무비로 보는 남북 평화…'강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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