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휴대전화·PC 사용 급증…"빅 브러더 체제 구축용"

기사등록 2017/12/07 11:00:23

【평양=AP/뉴시스】 미국 언론조사업체 인터미디어는 1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외국 콘텐츠 유입 금지  노력을 강화하고 있는 북한 당국이 최신 IT기술로 새로운 주민통제권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북한 남성이 지난 2015년 5월5일 평양에 김일성과 김정일의 대형 초상화 앞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2017.03.02
【평양=AP/뉴시스】 미국 언론조사업체 인터미디어는 1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외국 콘텐츠 유입 금지  노력을 강화하고 있는 북한 당국이 최신 IT기술로 새로운 주민통제권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북한 남성이 지난 2015년 5월5일 평양에 김일성과 김정일의 대형 초상화 앞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2017.03.02
【서울=뉴시스】박상주 기자 =  철저하게 폐쇄된 사회인 북한에서 스마트폰과 태블릿, 랩톱 등 모바일 기기 사용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해외와는 접속을 할 수 없지만 북한 내 인트라넷 사용도 허용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김정은 정권은 모바일 기기 도입을 통해 북한 주민을 24시간 감시하는 ‘빅 브러더’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현지시간) 북한 주민들이 스마트폰과 인트라넷 등을 통해 새로운 소통 공간을 찾기 시작했으며, 김정은 정권은 새로운 정보기술(IT)들을 주민 통제 및 선전선동 수단으로 삼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은 최근 평양 방문자 및 탈북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스마트폰 사용이 점점 보편화되고 있으며, 이는 신분을 나타내는 상징물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북한을 탈출한 한 여성은 처음 스마트폰을 들고 다닐 때는 굉장한 자부심이 느껴졌으나 점점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북한 정권이 24시간 스마트폰 교신 내용을 모니터한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 북한 주민 감시하는 ‘빅 브러더’ 체제

 일부 전문가들은 IT 기술의 보급의 북한 정권에 잠재적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현행처럼 철저하게 통제된 모바일 기기 허용은 체제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밖에 사용될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에 더 힘이 실리고 있다.

 강신삼 북한정보자유국제연대 공동대표는 “북한처럼 인터넷과 정보를 독점하고 통제하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라고 말했다.

 미 중앙정보국(CIA)와 구글 등을 고객으로 두고 있는 보안정보업체 ‘리코디드 퓨처(Recorded Future)’의 프리실라 모리우치는 “조지 오웰의 (빅 브러더) 관점에서 북한은 감시체제를 혁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존스홉킨스 국제대학원의 김연호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북한에 보급된 휴대전화는 4백만 대 정도다. 북한 주민 6분의 1이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2012년에 비해 무려 4배나 늘어난 규모다.

 유엔 국제전기통신연합(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s Union)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한국은 인구 100명당 123대의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다.

 탈북자들의 말에 따르면 북한의 휴대전화는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부품을 조립해 만들어진다. 휴대전화 가격은 대당 500달러 정도다. 최고급 모델인 ‘아리랑 터치’는 아이폰과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다.

 북한에서 사용되는 휴대전화와 태블릿, 랩톱, PC등 모든 통신 기기들은 북한 정권의 철저한 감시아래 놓여있다. 해외접속은 원천적으로 차단돼 있다.

  ◇독자 개발한 컴퓨터 운영체계 ‘레드 스타’ 운용

 북한의 컴퓨터는 독자 개발한 운영체제인 ‘레드 스타’를 이용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은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국내용으로 변환시킨 모델을 이용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 웹사이트를 통해서는 150개의 소매점들과 연결할 수 있다. 온라인 여행 사이트를 통해서는 북한 내 휴양지를 예약할 수 있다.

 인트라넷은 김정은 노동위원장의 연설과 노동신문 등 관영매체의 기사, 북한요리 레시피 등을 게재하고 있다. 핵·미사일 발사 실험 등 소식도 인트라넷을 통해 전해진다.

 E-북도 이용할 수 있다. 물론 이용할 있는 책은 김일성의 회고록인 ‘세기와 더불어’ 등 북한 정권에 의해 선택된 몇몇 책들에 국한돼 있다. 책 한권을 다운로드 받는 데는 여러 날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인트라넷의 속도가 느리기 때문이다.

◇ 감시 소프트웨어 이용해 24시간 모니터

 북한 컴퓨터 시스템을 분석한 독일 전문가인 플로리안 그루노우에 따르면 김정은 정권은 ‘레드 스타’ 시스템과 사전 입력된 감시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주민들의 사이버 공간 활동을 꼼꼼히 모니터한다. 북한 당국은 원거리에서 특정 컴퓨터의 파일을 삭제할 수 있고, 파일 공유를 막을 수도 있다

 그루노우는 또 ‘트레이스 뷰어(TraceViewer)’라고 불리는 소프트웨어가 태블릿 PC의 애플리케이션 사용과 인트라넷 검색 내역을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의 사용 역시 철저하게 모니터되고 있다. 대부분 스마트폰은 통화와 문자, 사진, 게임용으로만 사용된다. 인민보안부원(북한 경찰)들은 불시에 스마트폰 사용자들을 불러 세워 사용 내역을 검사할 수 있다.

 북한은 2004~2009년 사이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한 적도 있었다. 2004년 김정일 국방위원장 암살을 기도한 용천역 폭발사고가 북한 내 ‘반 김정일’ 세력들이 중국 거주 탈북자들과 휴대전화를 이용해 암살을 모의했다는 의혹이 일었기 때문이다.

 ◇ 이집트계 ‘고려링크’-태국계 ‘별’ 등 2개 통신 서비스

 북한의 휴대전화 통신서비스는 ‘고려링크’와 ‘별’ 등 2개 브랜드가 담당한다. ‘고려링크는 지난 2008년 북한 정부와 이집트 ‘오라스콤 텔레콤 미디어 앤드 테크놀로지 홀딩’ 간 합작으로 설립됐다. ‘별’은 북한 정부와 태국계 기업인 ‘록슬리 퍼블릭 컴퍼니’ 간 합작기업인 ‘스타 J.V’사에서 운영한다.

 모리우치에 따르면 인터넷을 통한 해외 접속 권한은 극소수의 북한 특권 엘리트 층에게만 허용된다. 주로 연구원과 정부 관리, 당원들 중 해외정보를 필요로 하는 직위에 있는 이들에게만 인터넷을 통해 해외 접속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외 인터넷에 접속하는 엘리트 계층들은 지난 2010년부터 ‘차이나 유니콤’을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 연구 매체인 ‘38노스’는 지난 10월 북한의 한 블로거가 러시아 국영 통신사인 ‘트랜스텔레콤’을 이용하는 것을 포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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