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IB 과제③]첫발 내딘 초대형 IB…'한국판 골드만삭스' 조건은?

기사등록 2017/11/14 16:15:21

한국투자증권 자본, 골드만삭스 대비 4.1%에 불과
"자기자본으로 투자 가능해져…재무위험 관리해야"
"초대형 IB, 자금조달 경쟁 아닌 운용의 경쟁해야"

【서울=뉴시스】김경원 기자 =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 사업을 처음으로 인가받으면서 초대형 투자은행(IB)이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유상호 한투증권 사장은 사업 인가 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판 '골드만삭스' 모범 모델을 시장에 안착시키겠다"고 호언했다.

하지만 한국판 '골드만삭스'로 거듭나기 위해선 글로벌 수준의 자본 확충, 재무리스크 관리, 해외 네트워크 구축, 신규시장 개척 등의 과제를 풀어야 한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발표된 2011년 7월 이후 약 6년 4개월 만에 초대형 투자은행(IB)이 첫 발을 내디뎠다. 다만 국내 초대형 IB가 모델로 삼고 있는 골드만삭스와 비교했을 때 자본, 인재, 경험 등 부족한 점이 여전히 많다.

골드만삭스와 국내 초대형 IB 사이에서 대표적으로 차이가 나는 부분은 자본력이다. 특히 국내 초대형 IB가 자기자본으로 투자할 수 있게 되면서 재무위험을 관리할 능력이 더욱 필요해졌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내 IB자본, 골드막삭스에 태부족…"위험 관리 중요"

지난해 말 기준으로 골드만삭스의 자본은 869억달러(약 97조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한투증권의 자본은 4조원으로 골드만삭스 대비 4.1%에 불과하다.

초대형 IB는 대규모 자본을 기반으로 고부가기치 영업을 수행하고 해외 네트워크에 투자도 가능해야 한다. 그동안 취약한 자본력 탓에 국내 대형 증권사들은 시장선도자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

이번에 초대형 IB가 공식 출범했지만 경험 부족과 취약한 자본력 탓에 초기에는 적극적으로 모험자본을 공급하고 위험을 인수하는데 한계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증권사들은 기존에 브로커리지가 주요 수입원이었다면 이제는 자기자본으로 투자하면서 수익을 낼 수 있게 됐다"며 "과거에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재무리스크 매니지먼트도 중요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업영역, 국내시장에 몰려…"해외 네트워크 구축 절실"

골드만삭스는 글로벌 기업이다. 세계를 상대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반면 국내 대형 IB의 사업영역은 국내시장에 한정돼 있는 게 현실이다. 이는 글로벌 업무경험과 해외 네트워크를 충분히 갖추지 못한 영향이다.

초대형 IB 출범으로 자본 규모가 커지고 있다. 다만 국내 시장 규모는 제한돼 있다. 이에 초대형 IB의 해외진출은 불가피하다. 과거에는 자본이 크지 않아 해외시장 진출이 어려웠다. 이번에 초대형 IB 출범으로 해외시장 진출은 가속화할 전망이다.

실제로 한투증권은 "그동안 해외 딜소싱에 공을 많이 들였기 때문에 해외로 뻗어나갈 것"이라며 "향후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할 때 동반자로서 역량을 충실히 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초대형 IB 출범으로 자본이 많이 대형화됐기 때문에 해외진출은 꼭 필요해졌다"며 "앞으로 해외 네트워크를 많이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판 골드만삭스'…"혁신기업 마중물 역할에 주력"

창업 초기 기업들은 국내 은행권을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벤처캐피탈의 자금이 넉넉한 것도 아니다. 이들 기업 중 기술력을 갖춘 기업은 초대형 IB 출범에 기대해 볼 만하다.

유 사장은 "발행어음 운용은 기업금융자산은 50% 이상, 부동산자산은 30% 이내로 투자하도록 돼 있다"며 "가급적이면 스타트업 기업에 투자하도록 맞추겠다"고 밝혔다. 특히 은행권에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한 기업을 대상으로 "동맥경화를 뚫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예금자보호가 안 되는 상품이기 때문에 은행예금보다는 금리가 높을 것이고 기간에 따라 차등이 생길 것"이라며 "발행어음은 만기에 따라 금리가 달라질 것"이라고 부언했다.

유 사장은 "초대형 IB는 자금조달의 경쟁이 아니라 좋은 투자 대상을 찾아올 수 있는 운용의 경쟁"이라며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자금 공급의 선순환을 통해 성장을 유도해나가는 등 혁신기업의 마중물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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