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도우미 항시 대기'···가락시장 유해업소 단속현장 가보니

기사등록 2017/10/12 15: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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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sociate_pic4【서울=뉴시스】임재희 기자 = 11일 자정께 서울 지하철 8호선 가락시장역 3번 출구 인근 일부 유흥주점들이 신고 때와 달리 '노래'라는 단어가 들어간 상호명을 걸고 영업하고 있다. 일부 업소는 '도우미 항시 대기' 등의 문구가 나오는 네온사인 간판을 설치했다. 2017.10.12.  limj@newsis.com

 유흥·단란·일반업소 230곳중 적발업소 29%
 수사권 없어 성매매 여부 등 적발은 어려워
 11월이 데드라인···서울시 특사경과 성매매 단속 계획

【서울=뉴시스】임재희 기자 = "성매매는 범죄행위입니다. 업주와 성매매자는 처벌받습니다" vs "도우미 항시 대기"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 맞은편 가락본동 일대의 요즘 풍경이다. 서울 지하철 8호선 가락시장역 3·4번 출구를 나서면 화려한 네온 불빛이 쉴 새 없이 반짝인다.

 먹자골목으로 유명했던 이곳이 '불법 퇴폐업소와의 전면전' 선포 지역으로 뒤바뀐 건 10여년 전부터다. 예부터 가락시장엔 밤을 새워 일하는 남성들이 일을 마치고 새벽이나 아침 노래방을 찾으면서 노래방 시장이 형성됐다.

 문제는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는 이들 노래방에서 불법으로 주류를 판매하고 여성 접객원을 고용하면서 불거졌다. '노래방이 저렴하다'는 인식 탓에 단란주점과 유흥주점을 찾던 이들이 노래방으로 발길을 돌렸다. 일부 노래방에선 성매매까지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손님을 잡기 위해 단란주점과 유흥주점은 '노래장', '노래바', '노래빠', '노래밤', '노래팡', '노래짱', '노래 영상제작소' 등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이 지역 건물중 지하 1층이 있는 곳엔 어김없이 노래 주점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지상 1층을 피해 그 위로 또 다른 노래 주점들이 탑을 쌓았다.

 ◇"누가 신고한거야"···업주들 볼멘소리

 "영업신고증이랑 신분증이요? 다 집에 놓고 왔는데···."

 서울 송파구청 '가락동 퇴폐행위 척결 추진팀' 관계자가 기본적인 사실관계 확인 차 관련 서류를 요구하자 업주들로부터 돌아온 대답은 한결 같았다. 여성 종업원을 가리켜서는 "잠깐 일 도와주러 온 동생"이라고 했다. 성(姓)도 사는 곳도 다른 '동생'들은 남성 손님들과 함께 앉아있다 단속이 시작되자 조용히 자리를 떴다.

 지난 11일 밤 9시께부터 송파구청이 가락동 먹자골목 일대 유해업소 무기한 단속에 나선 현장을 동행 취재했다. 이 일대 업소 318곳중 노래연습장과 음악·음반 영상제작업소를 제외한 유흥주점·단란주점·일반음식점 등의 위반 법 여부가 이번 단속 대상이다.
associate_pic4【서울=뉴시스】임재희 기자 = 가락시장 유해업소 단속에 나선 서울 송파구청 '가락동 퇴폐행위 척결 추진팀' 관계자들이 지난 11일 밤 9시15분께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서울 송파구 가락본동의 한 '바(bar)'를 점검하고 확인(자인)서를 작성하고 있다. 2017.10.12. limj@newsis.com

 이 가운데 기자는 구청에 일반음식점으로 영업을 신고한 175곳을 중심으로 점검에 따라 나섰다. 주로 '바(bar)' 간판을 단 곳들이다.

 8호선 가락시장역에서 약 300m 떨어진 한 주상복합아파트. 이곳 상가 1개 동에 바 업소만 11곳이 밀집해 있었다. 상호는 달랐지만 업소 내부는 비슷한 구조였다. 유리로 된 이곳 자동문은 밖에선 안이 보이지 않지만 안에선 밖이 잘 보이도록 선팅이 돼 있다. 종업원들은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 듯 추진팀을 맞았다.

 추진팀은 영업신고 내용을 토대로 해당업소가 일반음식점에 맞게 영업하고 있는지 점검했다. 일반음식점에선 식사와 주류만 판매할 수 있다. 여기에 단란주점은 노래까지, 유흥주점은 접객행위까지 추가로 가능하다.

 하지만 이날 찾은 '바'중 한곳에선 버젓이 접객행위가 이뤄졌다.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직장인 남성 3명이 20대로 추정되는 여성종업원 2명과 양주와 맥주 등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들 머리 위로 '바쁜 일상에 심장이 딱딱해지지 않도록'이라는 문구와 함께 9명의 여성 이름들이 적힌 팻말이 눈에 들어왔다.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이곳에서 업주나 고용된 접객원이 동석해 술을 따르는 건 불법이다.

 영업신고증과 신분증이 집에 있다고 한 업주는 "누가 신고한 거냐"고 물었다. "가락본동 업소 전반에 대해 확인하고 있다"고 추진팀 관계자가 설명했지만 업주의 얼굴에는 당혹감이 역력했다.

 ◇갑작스런 점검에 손님들 항의 '빗발'

 추진팀이 들이닥치자 남성 손님들과 얘기하던 여성종업원들은 즉시 건물밖으로 나갔다. 추진팀 관계자가 급하게 이들을 따라붙어 건강진단 결과서(보건증) 제시를 요구했으나 "없다"고 했다. 역시 불법이다. 보건증이 없으면 한 사람당 20만~30만원 정도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추후 확인을 위해 추진팀 관계자가 세무서에서 발급한 사업자등록증과 영업신고 내용을 대조하고 업주와 종업원의 주민등록번호를 기록하는 사이, 15분가량 술을 마시던 남성 손님들이 업주를 불렀다. "함께 술을 마시던 아가씨들은 언제 들어오느냐", "이래서 술맛이 나겠느냐"는 등의 불만을 쏟아내더니 계산을 마치고 업소를 떠났다.

 이들의 계산서엔 49만원이 찍혔다. 양주 2병과 여성 종업원에게 주는 테이블비(TC) 일부가 포함됐다. 이 경우 영업정지 1개월의 행정 처분이 내려진다.

 적발 사실을 확인하는 확인(자인)서에 업주 서명을 받는 동안 밖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이날 추진팀과 별도로 유해업소 점검에 나선 가락본동 주민 10여명이 이곳의 다른 바에서 "접객행위를 하고 있다"고 민원을 제기하며 우르르 몰려든 것.

 목소리가 높아지자 이곳에서 술을 마시던 남성이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여성 접객원 어디 있느냐"며 추진팀에게 거세게 항의했다. 그는 "단속을 할 거면 한두명이 들어와 위법사항이 있으면 사진을 촬영하면 될 것 아니냐"며 "기분 좋게 술 마시러 왔는데 술맛 떨어지게 지금 뭐하는 짓이냐"고 따졌다. 점검 배경을 설명하는 추진팀 관계자를 향해 "누가 지시했어요?", "공무원 말고 경찰을 불러"라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associate_pic4【서울=뉴시스】임재희 기자 = 11일 자정께 서울 지하철 8호선 가락시장역 3번 출구 인근의 한 빌딩.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층마다 '노래방' '노래장' 등의 상호를 건 업소들이 모여 영업을 하고 있다. 2017.10.12. limj@newsis.com


 ◇수사권 없는 단속에 "공무원이 되레 위압감 느껴"

 구청 공무원에겐 수사권이 없는 탓에 이런 실랑이는 다반사다. 이 정도면 양반 축에 속한다는 게 추진팀의 설명.

 송파구 보건위생과 관계자는 "우리가 단속을 하더라도 영업주들이 위압감을 못 느껴요. 그냥 영업 방해하러 온 줄로 알아요. 특히 요즘 같은 경우 장사가 더 안 되니까 '지금 뭐하는 거냐'고 난리치는 영업주도 많습니다. 구청엔 여직원이 많은데 여직원이 가면 오히려 공무원들이 위압감을 느끼죠"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언성이 높아지다가 충돌이 우려될 땐 경찰에 신고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수사권이 없다 보니 최근 논란이 된 성매매 단속은 꿈도 못 꾼다.

 노래연습장 61곳과 음악·음반영상제작업소 27곳 외에 단란주점 17곳과 유흥주점 38곳의 상당수가 겉으론 노래방을 표방하면서 속으론 유흥주점이나 성매매업소처럼 운영되는게 현실이다. 가락본동내 일반음식점과 단란주점, 유흥주점은 거의 시정명령을 받은 상태라고 추진팀 관계자는 전했다. 오해를 피하려 입구에 '우리 업소는 여성 접객원을 고용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내건 노래방이 있을 정도다.

 구청에 신고한 것과 옥외광고물이 다르면 불법이지만 수사권이 없어 밖에서 간판을 보고 해당 업소에 시정명령을 내릴 뿐, 문을 닫아버린 업소엔 들어갈 수조차 없다. 성매매 현장 단속은 언감생심이다.

 지난달 19일부터 이날까지 점검 대상 230곳중 위반사항이 적발된 곳은 전체의 29.1%인 67곳에 불과하다. 점검대상의 위반 내용별로 간판표기 위반이 46건으로 가장 많았고 시설기준 위반 15건, 건강진단 미실시 6건 등이다. 업소별로는 적발된 48곳중 단란주점이 25곳으로 가장 많았고 유흥주점 20곳, 일반음식점 3곳 등이 적발돼 사전통지를 받았다.

 김종화 송파구 보건위생과 위생관리팀장은 "제일 중요한 성매매 부분은 수사권이 없다. 특별사법경찰관 등의 수사권이 주어져야 좀 더 강력한 단속을 할 수 있다"며 "데드라인을 11월로 정하고 그때도 시정되지 않으면 서울시에 특사경 2개반 100여명이 넘는 인원 투입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imj@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