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규정도 근거도 없이 '검사장 관용차' 운영···세금 제멋대로

기사등록 2017/09/25 14:34:37

'차관급' 검사장 '관행상' 관용차 지급돼
전속 주유소에서 별도 주유카드로 결제
관리시스템 전무 "기준도 감시도 없다"

【서울=뉴시스】표주연 김현섭 기자 = 검찰이 검사장에게 제공하는 관용차량의 주유비 내역 중 일부 부적절한 지출 사례가 드러나면서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 혈세로 지급되는 비용인만큼 그 사용은 엄격한 가이드라인 안에서 이뤄져야 하는 게 당연하지만, 실상은 원칙 없이 엉성하게 관리돼 왔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25일 뉴시스가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최근 1년 간 '검사장급 이상 관용차량 관련 주유 내역' 자료에 따르면 일부 검사장의 관용차량 주유비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지출 패턴을 보이고 있다.

 특히 광주고검장 관용차량은 약 일주일마다 5만~10만원 주유로 정상적인 패턴을 보이다가 돌연 지난해 12월22일 하루 동안 95만1080원어치를 주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는 오세인(52·사법연수원 18기) 전 고검장이 재직하던 시절이다. 오 전 고검장은 연수원 동기인 문무일(56) 부산고검장이 검찰총장 자리에 오르자 지난 7월17일 사표를 냈다.

 서울남부지검장 관용차량은 더욱 심하다. 자료에 따르면 김진모(49·19기) 지검장 시절인 올해 3월20일과 21일 이틀에 걸쳐 188만1740원어치를 주유했다. 20일 주유비로 103만813원을 결재하고, 다음날 다시 85만92원을 쓴 것이다.

 김 전 지검장은 지난 6월 윤갑근(53·19기) 전 대구고검장 등과 함께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이 나자 스스로 옷을 벗었다.

 현 의정부지검장인 김회재(55·20기) 전 광주지검장 관용차량은 지난해 12월2일 10만원씩 하루에 6번을 주유했다. 이어 3일 뒤 다시 10만원씩 6번, 그리고 6만8000원, 5만8000원을 각각 결제해 총 8번 기름을 넣었다. 이날 하루에만 기름값으로 72만6000원을 결제했다.

 일반적으로 관용차량은 중형 세단(sedan)이기 때문에 하루나 이틀 주유에 이 정도 금액을 소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세금으로 지원된 관용차량 주유비가 순수하게 주유에만 쓰였는지도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이런 황당한 행태가 나오는 이유는 결국 이를 감시할 시스템 자체가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우선 '검사장'으로 불리는 지방검찰청이나 고등검찰청의 장에게 관용차를 배정하는 법적 근거 자체가 없다.  대통령령인 '공용차량 관리 규정'에 따르면 관용차량 배정 대상 공무원은 ▲각 부처 장관 또는 처장 ▲장관급 공무원 ▲각 부 차관 ▲중앙행정기관인 청의 장 ▲차관급 공무원이다.

 검사장을 '차관급'으로 칭하는 건 '관례'에 불과하다. 2004년 검찰청법이 개정되면서 검사장이라는 직급 자체가 없어졌다. '검사장'이 관용차량을 쓰고 있는 건 정부가 '법원 공용차량 관리 규칙'을 자의적으로 검찰에도 적용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이 규칙을 보면 '고등법원 부장판사급 이상 법관'이 관용차량 배정 대상자에 포함돼 있는데, 고등법원 부장판사도 검사장처럼 관례적으로 '차관급'으로 통한다.

 더 큰 문제는 검찰 내부적으로도 주유 등 차량 관리에 대한 기준이나 통제장치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차량 운행 과정에서 가장 자주 일어나는 소비가 주유임에도 최소한의 지침이 없는 것이다. 어떤 검사장은 3~4일을 주기로 6~7만원 결제하고, 어떤 검사장은 하루에만 8번을 주유하는 중구난방 패턴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통상 검사장 관용차는 각 고검과 지검 총무과에 소속된 직원들이 맡아 운전하는데, 검찰은 해당 직원에게 별도의 주유용 카드를 발급해 운용하고 있다.

 또 각 고검과 지검은 특정 주유소와 전속계약을 하고 있다. 전속계약을 통해 각종 혜택을 받으면 연 1000~2000만원의 비용 절감효과가 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실제 법무부는 경기 과천 경마장주유소 서울고검, 대검찰청은 서초 반포그린주유소, 서울중앙지검장은 한미건설주유소를 전속으로 이용한다.

 검찰은 전속 주유소에서 주유카드를 사용하면서 주유량, 금액 등을 기록하도록 하지만 세부적인 결제금액과 주유일자 등에 대한 감시는 하지 않고 있다. 관용차 운전 직원의 재량에 따라 주유할 때마다 결제하거나, 매월 선결제 또는 후결제하는게 가능하다는 것이다. 결국 비상식적인 주유기록을 방지하거나 사후에 통제할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행안부는 관용차를 운영하면서 세부적인 내용을 모두 적는 차량일지를 작성하게 하고 있다. 운행 킬로미터 수와 주유량을 모두 기입하게 하고, 이를 대조하도록 하는 것이다. 별도 주유카드로 계산하기 때문에 선결제는 금지되어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급된 카드로 결제하기 때문에 선결제는 안된다"며 "관용차는 하이브리드라서 한번 기름을 넣으면 500km 정도 (운행이 가능하게) 넣는다"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관용차량 주유비는 주유 전용카드를 별도로 발급하고 정식 직원인 수행기사가 가지고 있다가 사용하는 시스템"이라며 "보통 건별로 사용하는데 매월 결제하는 것도 가능하다. 선결제도 하려고 하면 가능하다. 특별히 어떻게 하라는 규정은 없다"고 전했다.

 주 의원은 "일반 고위공무원 관용차량 지급에 준해 검찰이 관용차를 이용하면서도 그 관리가 상대적으로 매우 허술하다는 것은 국민들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될 것"이라며 "차량일지 작성과 주유량 체크 등 관용차량 운용 관리규정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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