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前행정관 "K스포츠재단, 해외순방 동행 수준 안돼"

기사등록 2017/09/25 13:59:29

【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2017.09.18. stoweon@newsis.com
【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2017.09.18. [email protected]
K스포츠 태권도단에 대해 "대학교 시범단 수준"
순방 참여 지시에 "굉장히 의아…이상하게 생각"

【서울=뉴시스】나운채 기자 = 최순실(61)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하던 K스포츠재단의 수준이 대통령 순방에 참여할 정도가 아니었다는 전직 청와대 행정관의 증언이 나왔다.

 이모 전 청와대 문체비서관실 행정관은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 심리로 열린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와 이같이 증언했다.

 이 전 행정관은 이날 K스포츠재단이 박근혜(65) 전 대통령 해외 순방에 참여하려 한 정황을 설명했다.

 이 전 행정관은 "지난해 4월 예정된 대통령의 멕시코 순방 때 K스포츠재단에서 만드는 태권도단을 (순방에) 참여시키라고 당시 수석(김상률)이 말했다"라며 "당시 K스포츠재단 관계자들을 만났는데, 태권도단이 곧 창단 예정이라는 말을 들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순방 때) 어떻게 할 것인지 알기 위해 시범 동영상을 달라고 해서 받아 봤는데, K스포츠재단의 태권도단 수준은 대학교 시범단 수준이었다"라며 "도저히 수준이 안돼서 멕시코 순방 때 데려가지 못하겠다는 보고서를 만들어서 보고했다"라고 말했다.

 이에 검찰은 이 전 행정관에게 "아직 태권도단이 창단되지도 않은 K스포츠재단의 시범단을 순방에 참여시키라는 지시를 받은 것인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이 전 행정관은 "사실 상당히 의아하게 생각했다. '이상하다'라고 생각했었다"라고 수긍했다.

 검찰이 재차 "대통령 지시에 대해 '이행하기 어렵다'라고 보고하는 것은 어렵지 않나"라고 묻자, 이 전 행정관은 "그래서 보고서 문구에 상당히 신경을 썼다"라며 "처음에는 '수준 미달'이라는 등 직설적인 표현을 썼다가 나름대로 순화해서 '아직 수준이 모자라다'라고 보고했다"라고 답했다.

 이 전 행정관은 박 전 대통령이 K스포츠재단에 대해 관심을 두고, 특혜를 주려 하는 이유에 대해 "일반인이 하는 추측 정도로만 해볼 뿐이었다"라면서도 "(대통령이) 미르재단 쪽에도 상당히 관심을 가진 점에 비춰보면, K스포츠재단도 미르재단과 비슷하게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출자로 이뤄져 관심을 받는 게 아닌가 추측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전 행정관은 교육문화수석실에서 K스포츠클럽 사업 개편을 위해 작성된 문건에 대한 증언도 내놓았다. 해당 문건은 지난해 2월 청와대 교문수석실에서 작성돼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됐고, K스포츠재단에 스포츠클럽 컨트롤타워 역할을 부여하는 등 특혜를 제공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 전 행정관은 "지난해 5월 비서관(김소영)으로부터 K스포츠재단을 보고서에 넣으라는 지시를 받았다"라며 "담당 문체부 실무진들이 김종 전 문체부 2차관에게 무리한 요구를 받는 것을 듣게 됐고, 그 과정에서 K스포츠재단에 페이버(favor·편의)를 주기 위한 것임을 인지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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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前행정관 "K스포츠재단, 해외순방 동행 수준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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