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통장 없이도 가능"···'규제 사각지대'에 경쟁률 수천대 1

기사등록 2017/09/25 11:04:35

【서울=뉴시스】 지난 23일 전남 여수시 웅천지구에서 진행한 '여수웅천 디 아일랜드' 청약현장에는 구름인파가 몰렸다. 이날 청약결과 레지던스 345실 모집에 2만7712건 몰리며 청약경쟁률은 731.3대 1을 기록했다. (자료제공 = 한화건설)
【서울=뉴시스】 지난 23일 전남 여수시 웅천지구에서 진행한 '여수웅천 디 아일랜드' 청약현장에는 구름인파가 몰렸다. 이날 청약결과 레지던스 345실 모집에 2만7712건 몰리며 청약경쟁률은 731.3대 1을 기록했다. (자료제공 = 한화건설)

【서울=뉴시스】이승주 기자 = 최근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부동산 매물에 갈 곳 없는 저금리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청약통장이 필요없거나 전매가 자유로운 매물의 청약경쟁률이 최고 수천대 1까지 치솟고 있다.

 25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23일부터 이틀간 전남 여수시 웅천지구에서 진행한 '여수 웅천 디 아일랜드' 레지던스 청약결과 345실 모집에 2만7712건 몰리며 731.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오피스텔도 전용 30㎡은 276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 단지는 청약기간에 홈페이지가 수차례 멈출 정도로 접속량이 폭주했다.
 
 지난 15일 청약마감한 원주기업도시의 점포 겸용 단독주택용지도 경쟁이 치열했다. 48개 필지에 13만9977명이 접수하는 등 평균 291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최고 경쟁률은 1만9341대 1에 달했다 .

 이 단지 청약마감은 본래 14일 예정이었지만 마감 한시간 전 접속자가 급증해, 마감일을 하루 늦췄다. 청약 기간에는 포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올랐을 정도다.

(자료제공 = 원주기업도시 홈페이지)
(자료제공 = 원주기업도시 홈페이지)

 두 단지는 청약통장이 없어도 접수가능하다는 점에서 같이 한다.

 '여수 웅천 디 아일랜드'는 일반아파트와 달리 건축법을 적용 받기 때문에 청약통장이 필요없고, 지역 구분 없이 전국 어디서든 청약이 가능했다. 1인당 군별(타입별) 1건, 최대 3건까지 청약이 가능했다. 즉 오피스텔 2개, 레지던스 3개, 최대 총 5건 청약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원주기업도시 토지 역시 청약통장이 없어도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참여가능했다.
 
 게다가 청약시 넣는 계약금 수준도 낮았다.

 '여수 웅천 디 아일랜드'의 청약금은 100만원이다. 5건 모두 접수하더라도 500만원이면 충분하다. 원주기업도시 토지 청약금도 500만원이었다.

 아파트 청약금이 보통 1000만~2000만원이란 점을 감안하면 청약 넣는데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다. 게다가 청약에서 떨어지면 다시 돌려받는 보증금 성격이다보니 일단 청약을 넣고보자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청약제한이 사실상 없는데다, 청약금마저 부담없다 보니 청약수요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

 전매제한이 없다는 점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이에 실수요자는 물론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수요도 몰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원주기업도시 토지는 계약 후 한달 뒤, 여수 웅천의 레지던스와 오피스텔은 계약 이후 바로 전매가 가능하다.

 역대 최저금리 시대에 도래하면서 지난 2~3년 저금리에 갈 곳 없는 뭉칫돈이 재건축시장을 비롯 부동산시장 곳곳에 흘러들었다. 실수요에 이같은 투자수요까지 몰리며 가격이 크게 올랐다.

 새정부의 고강도 부동산규제 이후 전매를 통한 시세차익을 노리기 어려워지자 이같은 투자가 위축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여전히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자, 일부 투자금이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매물로 몰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뉴시스】 청약 마감 전 인파가 몰리면서 청약금을 넣을 가상계좌 11만개로도 부족한 사태가 벌어졌다. 이에  ㈜원주기업도시는 청약접수일과 당첨자발표를 늦추겠다고 홈페이지에 공고했다.(자료제공 = 원주기업도시 홈페이지)
【서울=뉴시스】 청약 마감 전 인파가 몰리면서 청약금을 넣을 가상계좌 11만개로도 부족한 사태가 벌어졌다. 이에  ㈜원주기업도시는 청약접수일과 당첨자발표를 늦추겠다고 홈페이지에 공고했다.(자료제공 = 원주기업도시 홈페이지)


 문제는 청약경쟁률만 보고 이같은 투자에 뛰어드는 경우다. 청약조건의 벽이 낮아 너도나도 뛰어들며 형성된 경쟁률인데, 이런 경쟁률만 보고 '가격 상승 기대감'으로 투자에 뛰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신정섭 신한은행 투자자문센터 차장은 "이같은 매물 청약자 중 단기 시세차익만을 노리거나 우선 청약넣고 보자며 뛰어든 투자수요가 상당할 것"이라며 "실수요를 기반으로만 형성된 경쟁률이 아니어서, 높은 경쟁률만큼 향후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단정짓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앞으로 금리 인상 가능성도 있는데다 고강도 부동산대책으로 부동산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분위기를 보이고 있다"며 "이전 같은 단기 시세차익만을 노리고 투자에 뛰어들면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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