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고문 피해자'에 전기충격 협박 사기일당, 1심 실형

기사등록 2017/09/25 06:30:00

안기부 공포심 이용해 전기충격 폭행
"불행한 과거 회상···감금해 자유 제한"

 【서울=뉴시스】강진아 기자 = 과거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에서 고문을 당한 60대 남성에게 땅을 뺏으려 전기충격기로 폭행하고 감금한 혐의로 기소된 일당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 박재순 판사는 준사기 및 특수폭행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정모(45)씨에게 징역 5년, 박모(58)씨와 이모(43)씨, 임모(36)씨에게 각각 징역 2년을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함께 기소된 김모(62·여)씨에게는 징역 1년6개월, 김모(36)씨와 정모(60)씨에게는 징역 8개월과 징역 1년에 각각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박 판사는 "불행한 과거 경험을 가진 피해자가 이 사건으로 그 경험을 회상하게 됐다"며 "50억원 정도의 가치가 있는 토지의 소유권을 상실해 실질적으로 다시 회복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는 2015년 4월부터 경찰에게 발견된 지난 4월까지 모텔, 정신병원에 감금돼 행동의 자유가 심각하게 제한됐고 그 피해가 회복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박 판사는 "정씨는 범행을 전체적으로 계획하고 다른 공범들을 참가시켰고 피해자의 토지로 약 13억9000만원을 얻어 회사 운영비나 투자금으로 사용했다"며 "박씨는 피해자의 정보를 줘 범행의 단초를 제공했고 이씨는 토지 처분으로 인한 법적 책임을 지는 일명 '바지' 역할을 하기로 하고 토지 매도 과정부터 감금장소 변경에 개입해 7600만원을 받아 챙겼다"고 꼬집었다.

 또 "임씨는 피해자가 자신을 안기부 직원으로 알고 있는 사정을 이용해 토지 매도에 필요한 인감증명서를 받거나 감금장소로 옮기는 역할을 담당했다"면서 "김씨는 경제적 이득을 얻을 목적으로 피해자와 혼인했고 특히 2015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고 밝혔다.

 정씨 등은 서울에서 주차장을 운영하는 A(64)씨가 과거 안기부에서 고문을 당해 그 공포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전기충격기로 폭행하고 모텔과 정신병원 등에 감금해 토지 등 재물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지난 2015년 1월 A씨가 거주하는 컨테이너에 들어가 전기충격기로 허벅지에 충격을 가하고 자신들이 안기부에서 왔다고 말하며 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또 그해 2월 A씨에게 수차례에 걸쳐 "안기부가 부동산을 개발하는데 토지를 투자하라"는 등 45억원 상당의 토지를 가로챈 혐의도 있다.

 이후 부동산을 빼앗은 것을 들키지 않으려 같은해 4~5월 A씨에게 겁을 줘 모텔과 빌라 등으로 데려가 감시하고 그해 10월 정신병원에 입원시켜 지난 4월까지 감금한 혐의도 받았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A씨가 안기부 고문을 받은 경험이 있고 편집성 정신분열증 등을 앓고 있어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없다는 것을 알고 몰래 혼인신고를 한 후 금치산 또는 한정치산 선고를 받아 부동산을 처분하려 계획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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