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콘서트홀 개관 1주년 ①] 예당과 선의의 경쟁···클래식계 파이 키웠다

기사등록 2017/08/13 09:57:36

【서울=뉴시스】 롯데콘서트홀 전경. 2017.08.13. (사진 = 롯데문화재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롯데콘서트홀 전경. 2017.08.13. (사진 = 롯데문화재단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지난해 8월 롯데콘서트홀 개관은 클래식업계에 구원 등판과 다름없었다. 지난한 서울시향 사태가 이어지고 있었고 그해 9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한껏 시장이 위축돼 있었기 때문이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이후 28년 만에 생긴 클래식음악 전용 공연장인 롯데콘서트홀은 하지만 개관 소식만으로 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롯데그룹이 1500억원을 들여 5년여 만에 완성한 2036석 규모의 이 콘서트홀이 개관 이후 갖가지 화제를 만든데 이어 오는 19일로 개관 1주년을 맞는다.

◇클래식음악 업계 파이 키웠다

라 스칼라 오케스트라 & 합창단,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빈 필하모닉 같은 대형 오케스트라는 물론 리카르도 무티·데이비드 진먼·정명훈·탄둔 같은 거물 지휘자와 피아니스트 랑랑·조성진·손열음, 파이프오르간 거장 장 기유 같은 스타 연주자 그리고 임선혜·황수미 등 스타성악가까지. 지난 1년 간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클래식계 별들이다.

롯데콘서트홀이 이 무대가 포함된 각종 공연을 통해 지난 1년간 끌어모은 관객 수는 약 30만명이다. 업계에서 가장 관심이 컸던 건 롯데콘서트홀이 예술의전당이 2500석짜리 콘서트홀을 통해 20여년간 사실상 독점해온 오케스트라 공연 무대를 나눌 수 있느냐 여부였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은 클래식음악 전용 극장이라기보다 다목적 공연장에 가깝고 세종문화회관 인근에 자리 잡은 금호아트홀은 실내악 위주의 공연장이다.

서울에서 대형 클래식 공연을 위한 공간으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절대적인 존재감을 발휘했고 그 만큼 대관 신청도 치열했다.

우선 지난 1년 간 롯데콘서트홀은 예술의전당의 대안 역할을 잘해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서울시향의 정기공연 등 같은 레퍼토리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과 함께 공연하면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기도 했다.

한정호 클래식 음악칼럼니스트는 "롯데콘서트홀 개관은 예술의전당 독주 체제에 경쟁자가 나타난 것"이라면서 "예술의전당 대관 경쟁에서 소외됐던 분들에게 대안이 된 것"이라고 봤다.

【서울=뉴시스】 롯데콘서트홀 외관. 2017.08.13. (사진 = 롯데문화재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롯데콘서트홀 외관. 2017.08.13. (사진 = 롯데문화재단 제공) [email protected]
류태형 클래식음악 칼럼니스트(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도 "클래식음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 자체만으로 반가운 사실"이라고 했다.

롯데콘서트홀이 또 주목 받은 이유는 어쿠스틱 사운드다. 국내 첫 '빈야드(vinyard) 스타일' 공연장으로 객석 어느 곳에서나 만족할 만한 사운드를 들을 수 있다고 자랑해왔다.  빈야드는 '포도밭', '포도원'이라는 뜻으로 포도밭처럼 홀 중심에 연주 무대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어쿠스틱 사운드가 좋기로 유명한 도쿄 산토리 홀의 음향을 설계한 일본 음향 전문가 도요타 야스히사가 음향 설계에 참여, 기대감을 높였다. 이처럼 제반 시설이 좋아도 콘서트홀의 음향은 최소 1년은 지나야 평가할 수 있다.

류태형 음악 칼럼니스트는 "소규모 앙상블이나 오케스트라 등 기악 쪽의 소리가 좋다"면서 "다만 중창, 합창 같은 경우는 딕션이 뭉쳐서 들린다. 성악을 제외하면 롯데콘서트홀의 소리가 잘 나오는 편"이라고 했다.

'악기의 제왕'으로 통하는 파이프 오르간도 1년 내내 화제였다. 오스트리아의 빈 뮤직페라인 홀의 파이프를 제작한 리거 사가 제작을 맡아 25억원을 들여 완공까지 2년 넘게 걸렸다.

파이프 오르간의 거장 장 기유를 비롯해 스타 파이프 오르간 연주자 카메론 카펜터, 프랑스 노트르담 대성당 상임 오르가니스트 올리비에 라트리 등이 이 파이프 오르간의 심장을 번갈아 가며 깨웠다. 

하반기에도 롯데콘서트홀에서는 대형 공연이 쏟아진다. 우선 정명훈 지휘자와 조성진이 오는 18일 롯데콘서트홀의 개관 1주년 기념콘서트 '음악으로 하나되는 곳'에서 호흡을 맞춘다. 조성진은 이날 정 지휘자가 지휘하는 '원 코리아 오케스트라'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황제를 연주한다. 이튿날인 19일 무대에서는 정 지휘자의 피아노 연주와 함께 바이올리니스트 이경선, 첼리스트 송영훈이 베토벤 삼중 협주곡 C장조를 연주한다.

오는 11월 15~16일에는 세계적인 명문 악단으로 통하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가 약 2년 만에 내한공연을 연다. 새로운 음악감독 다니엘레 가티가 지휘봉을 든다.



【서울=뉴시스】 롯데콘서트홀 파이프 오르간. 2017.08.13. (사진 = 롯데문화재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롯데콘서트홀 파이프 오르간. 2017.08.13. (사진 = 롯데문화재단 제공) [email protected]
◇클래식 대중화 & 고급화의 균형 

롯데콘서트홀은 고급스런 이미지와 달리 지난 1년간 클래식 음악의 문턱을 낮추는데 기여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롯데월드몰이라는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 입지한 장점을 살려, 꾸준히 낮 공연 시리즈(마티네)인 'L.콘서트'를 진행해왔다. '오르간 오딧세이', '어쿠스틱 스테이지'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주부, 어린이, 가족 관객들을 끌어 모았다.

특히 파이프오르간을 소재로 오르가니스트 류아라, 트럼페터 나웅준이 진행자로 나서는 '오르간 오딧세이' 시리즈는 매회 1000석 이상 팔리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탄둔의 '무협영화 3부작', '프랑켄슈타인의 신부' 등 필름 콘서트도 인기몰이를 했다.

반면 마니아들의 지지를 받은 공연도 눈길을 끈다. 윌리엄 크리스티 & 레자르 플로리상 등의 고음악, 오스트리아의 카메라타 잘츠부르크와 영국의 로열 노던 신포니아 등의 실내악 공연은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의미 있는 공연으로 호평 받았다.

이와 별개로 정명훈 지휘자가 음악 감독을 맡은 '원코리아 유스오케스트라'는 국내 젊은 연주자 육성을 위해 롯데문화재단이 사회공헌 차원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다.

황장원 평론가는 "지금까지 대중적인 공연과 수준 높은 공연을 고루 섞여가면서 공연해온 건 반가운 일"이라고 했다.
 
한정호 평론가는 "카메라타 잘츠부르크와 로열 노던 신포니아 같은 공연은 대기업의 재단이 아니면 주최하기 힘들었을 공연"이라면서 "중급 챔버 오케스트라의 가치가 발휘된 공연들이었다"고 봤다.
【서울=뉴시스】 롯데콘서트홀 파이프 오르간. 2017.08.13. (사진 = 롯데문화재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롯데콘서트홀 파이프 오르간. 2017.08.13. (사진 = 롯데문화재단 제공) [email protected]

이처럼 공연의 다양화는 더 넓어진 관람 소비 형태와 연결됐다. 특히 롯데콘서트홀 개관 1년간 회원별 티켓 구매 총 액 톱 10을 살펴보면 흥미롭다. 평균 나이는 만 49.1세, 남성 대 여성 비율은 6대 4다. 이들은 평균 59회 공연을 봤다. 가장 큰 금액을 쏟은 이는 70대 여성으로 750만원치를 썼다.

구매 총액인 아닌 회원별 구매 공연 횟수 톱 10을 살펴보면 평균 나이 만 46.3세다. 남성 대 여성 비율은 3대 7이다. 가장 많이 공연을 본 이는 20대 여성으로 총 166회 공연을 구입했다.

롯데콘서트홀이 앞으로 개선해야 할 점은 없을까. 이제 막 첫발을 뗀 만큼 확실한 장기적인 비전을 내놓아야한다는 것이 업계의 바람이다.

한정호 음악칼럼니스트는 "앞으로 3~5년 길게는 10년에 대한 포트폴리오를 내놓지 못했다"면서 "기획 공연 등 운영 방안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봤다. "홀과 아티스트의 어쿠스틱 궁합 측면에서는 아티스트들의 리뷰를 정확히 받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광규(59) 롯데콘서틀홀 대표는 "지난 1년의 소회는 무엇보다 벅참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것"이라면서 "콘서트홀이 하드웨어적으로는 해외 유명 지휘자 및 오케스트라로부터 최상의 음향으로 인정받고 개관 1년간 다소 안정적인 운영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한정된 국내 클래식 시장에서 클래식 저변을 확대하고 대중들을 더욱 클래식에 가깝게 다가올 수 있도록 해야 하는 부분에서는 더욱 부단히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롯데콘서트홀 개관 1년간 기획공연 관객순위 톱5

▲1. 조성진 피아노 리사이틀(2017년 1월 3~4일) : 3942명
【서울=뉴시스】 조성진 롯데콘서트홀 리사이틀. 2017.08.13. (사진 = 롯데문화재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진 롯데콘서트홀 리사이틀. 2017.08.13. (사진 = 롯데문화재단 제공) [email protected]
▲2, 랑랑 피아노  리사이틀(2016년 12월8일) : 1995명
▲3.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 정명훈(2016년11월1일) : 1991명
▲4. 장 기유 파이프오르간 리사이틀(2016년 9월20일) : 1815명
▲5. 롯데콘서트홀 개관공연(2016년 8월19일) : 1790명

◇전문가가 뽑은 최고 공연

▲황장원 음악칼럼니스트 "라 스칼라 오케스트라·합창단 & 정명훈 콘서트 오페라 '시몬 보카네그라'(2016년 8월31일). 국내에서 보기 힘들었던 베르디의 본 고장 스타일을 선보인 무대. 대중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정치·인간을 다룬 면에서 임팩트가 컸다. 윌리엄 크리스티 & 레자르 플로리상(2016년 10월15일)은 연주력 수준이 높았던 공연이며 필름콘서트인 탄툰의 무협 영화 3부작(2016년 11월 4~5일 롯데콘서트홀)은 탄둔의 음악 수준도 높았고, 무엇보다 다양한 공연형식을 확인한 순간이다. 공연장을 꽉 채우는 편성도 롯데콘서트홀에 어울린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봤다"

▲한정호 음악칼럼니스트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2017년 6월7일). 예술의전당(2017년 6월8일) 공연도 봤는데 롯데콘서트홀 공연이 더 좋았다.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는 롯데콘서트홀과 비슷한 구조의 본거지를 갖고 있어서 그런지 리허설이 짧았더라도 홀을 악기처럼 쓰는데 효율적이었다."

▲류태형 음악칼럼니스트 "라 스칼라 오케스트라·합창단 & 정명훈 콘서트 오페라 '시몬 보카네그라'(2016년 8월31일). 갓 개관한 공연장 초기의 어쿠스틱은 초기에 들 떠 있을 수밖에 없는데 중심이 잘 잡혀 있었다."

▲이재훈 기자 "장 기유 파이프오르간 리사이틀(2016년 9월20일). 롯데콘서트홀의 파이프오르간 첫 독주자로 이 악기의 제왕 심장을 깨운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세밀한 바람 소리부터 웅장한 폭포수 같은 소리까지 다양한 음색을 쏟아낸 거장의 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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