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고전읽기, 뿌리없는 청소년 양산하나

기사등록 2017/07/28 13:40:07

【서울=뉴시스】 신동립 기자 = ‘초·중등 대상 고전읽기 자료 개발 보급’의 앞날이 불투명해졌다.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한국고전번역원이 2012년 시작한 일이다.

이 사업이 5년 만에 무산될 위기에 처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고전번역원 측은 “5개년 계획에 따라 올해 9월 끝난다. 내년에도 계속하려고 하지만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면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2018년에 10억원을 들여 ‘목민심서’ ‘신증동국여지승람’ 등 교과목 연계 고전교재 10권, 점자도서 8권, 애니메이션·웹툰으로 이뤄진 고전읽기 앱 ‘고구마’(고전에서 구하는 마법같은 지혜)를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한국고전번역원은 53종 65책을 발간해 시·도 교육청 17곳에 9만여부, 재외교육기관에 4484부를 보냈다. 맹학교 등에는 점자책 4100부가 갔다. 작년에 이어 2017 ‘고구마 독후감’ 대회도 준비하고 있다.

 전문가 평가는 긍적적이다. 권순긍 세명대 교수(미디어한국어문학), 임정진 서울디지털대 교수(문예창작학), 신현주 서울면일초 교사는 인문정신문화 진흥 기여, 고전 대중화 콘텐츠 전문·다양성 제고, 인성교육자료 확충 등을 평가해 평균 90.6점을 줬다.

 “원전에 충실하면서도 독자 대상에 맞게 적절히 각색한 점과 철학, 문학, 역사, 예술, 지리, 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고전을 기획출판한 점”을 특기했다. “자료를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교사 연수 및 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했다.

 교육지원청 배포담당자와 초중고 교사·사서 대상 설문조사에서는 ‘질적으로 우수하다’는 의견이 70% 이상이다. “고전 원문을 충실하게 반영하고 대상별 흥미도도 고려해 기획, 개발됐다”고 봤다. 응답자의 78%는 “이 사업이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되기를 희망”했다.

한국고전번역원은 사업이 지속돼야 한다는 판단이다. 다양한 고전도서와 콘텐츠 학습수요가 계속 늘고 있고, 문화소외계층을 위한 콘텐츠 보급이 필요하다는 원론만 내세우지는 않는다. 자국의 고전과 역사를 중심으로 정체성 교육을 강화한 중국과 일본에 대응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한다.

“중국은 올해 대입시험(高考)에 홍루몽 등 5개 고전소설을 어문과목 필수 출제범위로 지정했고, 일본은 초중학교 학습지도요령을 개정해 전통과 문화 그리고 국가를 중시토록 하는 자국 정체성 교육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전(古典)은 단순 옛날 책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고전을 뜻하는 ‘클래식’은 ‘학교에서 공부할만한 훌륭한 모범적 저술’이다. 유효기간이 없는 불천위(不遷位)와도 같은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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