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트, 목이 꺾이면 다 망해요"···조성현 마스터클래스

기사등록 2017/07/28 11:05:29

【평창=뉴시스】 조성현, 플루티스트. 2017.07.28. (사진 = 평창대관령음악제 제공) photo@newsis.com
【평창=뉴시스】 조성현, 플루티스트. 2017.07.28. (사진 = 평창대관령음악제 제공) [email protected]
【평창=뉴시스】이재훈 기자 = "너무 좋아요. 근데 이 오페라 이야기에 대해서 알아요? 비르투오소를 위한 곡이에요. 모차르트나 바로크가 아닌, 말 그대로 화려한 곡이니 자신만의 판타지를 갖는 것이 중요해요."

27일 오전 강원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의 콘서트홀 내 연습실. 플루티스트 조성현(27)의 부드러운 조언에 횡성여자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박지원(17) 양의 플루트 소리가 한결 드라마틱해졌다.

조성현이 '제14회 평창대관령음악제'의 강원 1일 초청 음악학교에서 연 마스터클래스에서 박 양이 선택한 곡은 플루트의 위상을 높인 타파넬의 오페라 '미뇽' 판타지.

조성현은 박 양에게 가련한 집시 소녀 미뇽이 가족을 찾는 드라마틱한 이야기인 이 오페라를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좀 더 감정을 역동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아티큘레이션(각 음을 분명하고 명확하게 연주하는 것)을 더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성현은 연주 기교뿐 아니라 자세도 바로잡았다. 박 양에게 "몸이 유연해요. 상체가 경직돼 있어요. 몸 하나라도 꺾이면 안 됩니다. 특히 목이 꺾이면 다 망해요. 습관적으로 목을 닫지 말고 열어야 해요. 몸을 앞뒤로 움직이되 오뚝이처럼 균형도 맞춰야 하죠"라고 말했다. 

전날인 26일 '제14회 평창 대관령 음악제' 저명 연주가 시리즈 첫날 무대에 올랐던 조성현은 클라리네스트 김한과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생상스의 타란텔라 op.6를 들려줬는데, 긴장감과 아름다움이 오묘하게 공존하는 이 곡을 마치 기승전결이 있는 이야기처럼 펼쳐보였다.

마스터클래스에서 박양에게 마지막으로 강조한 것도 역시 이 부분이었다.

"플루트는 피아노와 달리 단선율 악기에요. 그렇다보니 당연한 이야기지만, 클라이맥스는 높은음이죠. 프레이즈 안에서 그 클라이맥스를 보고 굴곡을 만들어야 해죠. 처음에는 힘을 아끼면서 굴곡을 만들고, 결국 자기 이야기를 해야죠. 처음부터 무거운 걸 지고 가는 듯해요. 러닝복을 입고 자기 페이스로 뛰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평창=뉴시스】 조성현, 플루티스트. 2017.07.28. (사진 = 평창대관령음악제 제공) photo@newsis.com
【평창=뉴시스】 조성현, 플루티스트. 2017.07.28. (사진 = 평창대관령음악제 제공) [email protected]
박양은 마스터클래스가 끝난 뒤 "어떻게 단점을 보완해야 할 지를 명확하게 짚어주셔서 감사하다"며 "프로 플루트 연주자가 되는 것이 꿈인데, 조성현 선생님 같은 분을 만나게 돼 정말 기쁘다. 이런 기회가 또 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총 3명의 학생과 만난 조성현은 이미 과거에도 여러번 마스터 클래스를 진행했는데 "테크니컬한 부분을 가르치는 것은 물론 생각을 열어주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학생들이 각 작품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갖기를 바라면서 생각이나 표현이 굳어지지 않도록 노력해요. 표현을 다양하게 펼칠 수 있도록 만드는 거죠. 자신감이 생기고, 어떠한 부분에서 보완해야 한다는 것을 캐치하고 나면 드라마틱한 변화가 생깁니다."

학생들과 만나는 시간은 항상 설레고 즐겁다고 웃었다.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저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기도 하니 제게도 레슨이 된다"고 했다.

조성현은 '평창 대관령 음악제'에 올해 처음 참여했다. 최근 5년간 관객으로만 참석했는데 감회가 남다르다고 했다.

"'평창대관령음악제'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제입니다. 그동안 정명화, 정경화 선생님을 비롯해 손열음, 지안 왕의 팬으로서 참여했어요. 함께 음악제 무대에서 만나니 더욱 기쁘죠. 어제 개막공연 연주를 했는데, 모든 아티스트들이 모인 장소에서 연주를 하다보니 너무 떨리고 긴장이 됐어요. 손열음 씨와 함께 공연을 자주 했었는데, 음악제 무대는 또 다른 긴장감과 희열을 줬죠.".

【평창=뉴시스】 조성현, 플루티스트. 2017.07.28. (사진 = 평창대관령음악제 제공) photo@newsis.com
【평창=뉴시스】 조성현, 플루티스트. 2017.07.28. (사진 = 평창대관령음악제 제공) [email protected]
목관 오중주 팀 '바이츠 퀸텟' 멤버이기도 한 조성현은 한국 클래식음악계 관악부문의 간판으로 통한다.

2012년 제1회 세베리노 가첼로니 국제 플루트 콩쿠르 우승을 계기로 이탈리아 팔라우트 재단의 후원 하에 독집 음반을 발매한 그는 베를린 콘체르트 하우스 오케스트라 수석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올해 초에는 특히 독일 명문악단인 쾰른 귀르체니히 오케스트라의 새 플루트 수석 연주자로 임명, 화제가 됐다.

조성현은 "정말 감사하고 감격스러운 시간이었어요. 심포니에서만 연주를 하다가 오페라를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에 함께 하게 되니 더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흡족해했다.

"오페라에서 오는 또 다른 희열과, 음악감독 프랑수아 자비에 로트와 음악적 아이디어도 잘 맞아서 신나게 연주하고 있죠. 라인강, 퀼른 대성당 등 서정적인 분위기로 가득 찬 퀼른은 매우 음악적인 도시에요. 그런 아름다운 곳에서 너무나 해복하게 연주를 하고 있는 지금이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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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17/07/28 11:05:29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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