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과 한양건설 '한양수자인' 거래…입주자만 '봉'?

기사등록 2017/05/02 18:05:26

최종수정 2017/05/08 10:22:20

【서울=뉴시스】이승주 기자 = 지난 2015년 6월 분양당시 배포했던 분양공고문 및 관련 자료에는 이처럼 '한양수자인' 브랜드가 표기돼있다. 특히 한양건설 사명 앞에도 '한양'과 같은 브랜드 로고가 달려있다. 2017.04.28. joo47@newsis.com
【서울=뉴시스】이승주 기자 = 지난 2015년 6월 분양당시 배포했던 분양공고문 및 관련 자료에는 이처럼 '한양수자인' 브랜드가 표기돼있다. 특히 한양건설 사명 앞에도 '한양'과 같은 브랜드 로고가 달려있다. 2017.04.2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승주 기자 = "이번 사태가 일어나고 나서야 알았어요. 우리가 생각했던 한양건설이 그 한양이 아니라는 사실을…."

 30일 업계에 따르면, '광교산 한양수자인 더킨포크'는 입주 예정일이 두 달이나 지났으나 아직도 공사 중이다. 그동안 입주 예정일을 세 차례 연기했고, 사전 점검도 세 차례 취소했다.

 시공 도중 설계 변경도 여러 차례 이뤄졌다. 입주 예정자가 신청한 하자 민원도 수십 건에 달한다. 1년여 전에는 분양 당시 약속했던 주차장을 일부 단지에는 시공하지 않아 문제가 불거진 적도 있다.

 이 단지는 경기 용인시 수지구 신봉동에 한양건설(시행사: 대한토지신탁)이 지난 2015년 6월 분양했다. 광교산 자락에 테라스형으로 설계한 타운하우스 단지로 지상 4층, 30개 동, 총 294가구 규모다. 애초 지난 2월28일 입주 예정이었다.

 그러나 입주가 이처럼 무기한 지연하면서 상당수 입주 예정자가 오피스텔 등을 전전하고 있다. 무보증금 단기 월세로 살다 보니 매달 200여만원 가까운 돈을 임대료로 지출하는 실정이다. 입주를 학수고대하며 창고에서 사는 '입주 난민'도 있다. 입주 예정일이 임박해 입주가 미뤄지면서 3월 신학기에 맞춰 자녀를 단지 근처 학교에 일찌감치 전학시켜놓은 세대는 고통이 더욱 크다. 1시간이 넘는 거리를 통학시키는 수고를 매일 반복해야 하는 탓이다.

 입주 예정자들이 이런 문제점을 ㈜한양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뜻밖의 사실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지금 이 단지의 시공사가 한양이 아닌 한양건설이라는 것이다.

입주예정일이 두달여 지났지만 이달기준 여전히 단지 내부에는 물이 새거나 벽지마감이 되지 않은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심지어 일부 내벽에서는 쓰레기더미도 발견됐다. 입대위에 따르면 이달기준 하자로 접수된 민원이 수십건에 달한다. (자료제공 = 입대위)
입주예정일이 두달여 지났지만 이달기준 여전히 단지 내부에는 물이 새거나 벽지마감이 되지 않은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심지어 일부 내벽에서는 쓰레기더미도 발견됐다. 입대위에 따르면 이달기준 하자로 접수된 민원이 수십건에 달한다. (자료제공 = 입대위)
양사는 사명이 유사하고, 오너가 형제지간이긴 하나 엄연히 다른 법인이다. 도급 순위도 한양 22위, 한양건설 180위로 시공 능력이나 규모 면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

 한양의 브랜드와 시공능력을 믿고 집을 분양받은 입주 예정자들은 그런 점을 뒤늦게 알게 돼 분통을 터트렸다.

 한 입주 예정자는 "선분양제 제도에선 완성된 집을 보고 계약하는 것이 아니어서 어쩔 수 없이 브랜드를 보고 시공 능력이나 품질을 가늠해 계약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며 "한양수자인 브랜드에다 사명도 비슷하고, 게다가 회사명 앞의 마크까지 한양 것을 쓰는데 우리가 다른 회사란 것을 어떻게 알았겠냐"고 토로했다.

 이어 "우리가 낸 분양가는 도급순위 22위 한양이 시공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지급한 돈"이라며 "이렇게 하자투성이에 제때 짓지도 못할 도급순위 180위 건설사가 짓는 것이라는 것을 애초에 알았다면 이 금액을 내고 분양받지 않았을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양건설은 원래 'LEEPS'란 자체 브랜드를 갖고 있다. '한양수자인'과 이름은 물론 디자인도 확연히 달라 구분된다.

한양건설의 브랜드 'LEEPS'와 한양의 브랜드 '한양수자인'. 이미지나 이름에서 두 브랜드 모두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자료 = 각사 홈페이지)
한양건설의 브랜드 'LEEPS'와 한양의 브랜드 '한양수자인'. 이미지나 이름에서 두 브랜드 모두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자료 = 각사 홈페이지)
하지만 한양건설은 이 단지를 분양하기에 앞서 한양과 '한양수자인' 브랜드 사용 계약을 맺었다. 이 단지 포함 전국 여덟 곳에서다. 용인시에는 이곳 외에 또 한 곳이 있고 울산 두 곳, 강원 동해시·경북 칠곡군·충남 천안시와 아산시 등에 각 한 곳씩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해 한양은 "우리와 무관하며 전혀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양 관계자는 "사용료를 받고 브랜드만 빌려줬을 뿐 그 단지는 우리와 무관하다"며 "해당 단지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의 책임은 한양건설에 있다. 우리는 관여하지 않을 것이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한양은 자꾸 문제가 되면 브랜드 계약을 파기하고 브랜드도 회수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이 경우 입주 예정자들은 현재의 피해도 모자라 자산가치 하락까지 최악의 상황에 처하게 된다.

 현재 입주민 대책 위원회(입대위)는 한양건설에 대출 상환 유예, 입주 연기에 대한 보상금, 즉각적인 하자 민원 처리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양과 한양건설 기업 CI. 한양 사명 옆에는 'H' 변형된 모양이, 한양건설 사명 옆에는 'HY'가 붙어있다. (자료 = 각사 홈페이지)
한양과 한양건설 기업 CI. 한양 사명 옆에는 'H' 변형된 모양이, 한양건설 사명 옆에는 'HY'가 붙어있다. (자료 = 각사 홈페이지)
한양건설은 "최대한 입주예정자와 협의해 하자도 처리하고, 완공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3일 입대위와 한양건설은 보상 등의 문제로 한 차례 협상했다. 하지만 합의된 것은 아직 없다. 입주와 하자 처리까지 시간도 상당히 걸릴 것으로 우려된다.

 그렇다면 이 단지 입주가 계속 지연했을 때 입주 예정자가 보호받을 길은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사실상 없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보증 요건은 건설사가 부도를 내거나 파산한 경우, 혹은 공정부진율이 계획 대비 25% 이상 차이가 날 때 등이다"며 "해당 단지는 현재 구제 요건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건설사와 시행사에 빠른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것뿐이다"고 전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브랜드를 빌려준 한양에 대해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용일 법무법인 현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사용료를 받고 그 브랜드를 빌려줬다면 단순히 브랜드만 빌려준 것이 아니라 이를 믿고 집을 매입한 사람들에게 책임을 지겠다는 뜻으로도 봐야 한다"며 "(한양이)전적으로 한양건설에만 책임이 있다며 손 놓을 문제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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