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상회담 때 메르켈에 '나토 청구서' 내밀어…약 334조원짜리 추정

기사등록 2017/03/27 10:54:31

【워싱턴=AP/뉴시스】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17.3.18.
【워싱턴=AP/뉴시스】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17.3.18.
【서울=뉴시스】오애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7일 워싱턴을 방문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과의 정상회담 자리에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분담금 미지급금이라며 청구서(bill)를 내밀었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독일 장관은 26일(현지시간) 영국 선데이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자리에서 메르켈 총리에게 청구서를 내밀었다면서 "너무나도 충격적인 제스처"라고 비난했다. 그는 " 이런 요구를 한다는 개념 자체가 상대편을 위협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 장관은 하지만 메르켈 총리가 상황을 차분하게 받아들였고 트럼프의 도발에 대응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선데이타임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메르켈 총리에게 내민 청구서의 액수는 3000억 달러(약 334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연간 국내총생산(GDP) 2%를 국방예산에 쓰도록 돼있는 나토 규정을 근거로, 독일이 지난 2002년 이후 현재까지 집행하지 않은 액수를 산출해서 낸 액수이다. 현재 독일은 GDP의 1.18%를 방위비로 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메르켈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나토를 강력히 지지하지만 회원국들은 빚진 돈을 내야 한다"며 "많은 국가가 엄청난 돈을 빚졌다. 미국에 공정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다음 날인 18일에는 트위터로 "독일은 나토와 미국에 막대한 돈을 빚졌다"며 "미국은 독일에 제공하는 강력하고 매우 값비싼 방위에 대해 돈을 더 받아야 한다"고 공세를 이어나갔다.

 그러자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독일 국방장관은 19일 성명을 통해  "나토에는 채무 계좌(debt account)가 없다"며 회원국이 국내총생산(GDP) 2%를 오로지 나토 방위비로만 지출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또  "방위비는 유엔 평화유지 활동에도 쓰이고 유럽 내 임무에도 사용된다"며 "테러와의 싸움에 기여하는 데도 비용이 들어간다"고 강조했다.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외무장관 역시 지역매체 '라인-넥카 자이퉁'과의 인터뷰에서 "분별있는 안보 정책은 탱크를 사고 제 정신이 아닌 수준으로 국방비를 늘리면서 군비 경쟁에 속도를 내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가브리엘 장관은 "합리적인 정책이란 위기 예방, 약소국 안정화, 경제 발전을 말한다"며 "기아, 기후 변화, 물 부족 등에 맞서 싸우는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을 일축했다.

 나토 주재 미국 대사를 지낸 이보 달더도 트위터에서 "(트럼프) 대통령님, 미안하지만 나토는 그런 방식으로 운영되지 않는다"며 "미국 스스로 나토 국방비 기여분을 결정한다"고 지적했다. 달더 전 대사는 "이 건 나토 회원국들이 방어를 해달라고 미국에 돈을 지불하는 방식의 금융 거래가 아니다"라며 "(방위비 지출은) 조약상 책무의 일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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