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 출연' 대기업 임원들 "靑 관심사항이라 돈 냈다"

기사등록 2017/02/27 16:07:35

금호아시아나·두산 임원 재판에 증인 출석
"요구 거절 때 불이익 받을까 두려워" 진술  

【서울=뉴시스】나운채 이혜원 기자 = 대기업 임원들이 최순실(61)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청와대 관심사항이라 미르재단에 출연하게 됐다"고 입을 모아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27일 오전 최씨와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16차 공판에서 금호아시아나 김모(48) 경영지원팀장, 김모(58) 두산그룹 사장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했다.

 금호아시아나 김 팀장은 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기부금 집행은 회사의 계획에 의거해 결정된다"며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기부금은 예정대로 사용하고, 적정성을 면밀히 검토해 (기부금 집행을)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모 전 부사장(현재 사장)이 '전경련으로부터 굉장히 급한 사항이라며 문화재단 설립에 출연해줬으면 좋겠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전해줬다"며 "당시 서 전 부사장으로부터 '전경련 측이 BH(청와대)를 언급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이후 전경련 권모 팀장으로부터 미르재단 관련해 'BH(청와대) 관심사항이다'라는 말을 들었다"면서 "출연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검찰은 김 팀장에게 "회사는 권력기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게 사실이다. 동냥은 못 줘도 쪽박은 깰 수 있다"라는 서 전 부사장의 검찰 조사 진술을 제시하며 "BH의 불이익이 두려워 출연금을 준비했는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김 팀장은 "그런 점도 있고, 전경련 내 그룹 위치를 감안한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검찰은 또 김 팀장에게 "미르 재단에 출연금을 내면서 그룹 이미지 제고를 요구하지 않은 이유는 BH 요청에 의한 비자발적 출연이었기 때문인가"라고 묻자, 김 팀장은 "그런 부분도 있다"고 답했다.

 뒤이어 증인으로 나온 두산그룹 김 사장은 "전경련 측으로부터 '문화 및 체육 재단을 설립하는데 기업들이 출연해줬으면 좋겠다. 청와대가 관심을 갖고 있고 경제수석실이 챙기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청와대가 출연기업을 정했다는 말도 들었다"고 밝혔다.

검찰이 "300억원 출연 요구 당시 자료를 못 받았고 500억원 증액 때도 이메일에 첨부된 계획서 한장을 받은 게 전부"라며 "대통령이 증액을 지시했다는 말을 듣고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 않는가"라고 묻자, 김 사장은 "그렇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지난달 21일 증인으로 출석한 조영석(52) CJ 부사장의 증언을 예로 들며 "청와대에 밉보이면 애로를 겪는 것이 맞는가"라고 물었고, 김 사장은 "그렇게 말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김 사장은 "거절하면 무엇이 가장 두려웠는지" 묻는 재판부 질문에 "포괄적으로 부응하지 않아서 좋을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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