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종료]'국정농단' 수사 90일 대장정…"역대급 성과"

기사등록 2017/02/27 10:40:40

최종수정 2017/02/27 14:16:09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박영수 특별검사가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검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수사 종료 닷새를 앞두고 있는 특검에 대해 국회는 금일 오후 열리는 본회의에서 특검 수사기간을 50일 더 연장하는 내용의 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2017.02.23.   taehoonlim@newsis.com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박영수 특별검사가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검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수사 종료 닷새를 앞두고 있는 특검에 대해 국회는 금일 오후 열리는 본회의에서 특검 수사기간을 50일 더 연장하는 내용의 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2017.02.23.  [email protected]
지난해 12월6일, 3만5000쪽 수사기록 받으며 수사 착수
뇌물죄·블랙리스트 수사 중점…이재용·김기춘 구속 성과
그간 13명 구속·13명 기소…장관급 인사만 5명 사법처리
정유라 입시비리·비선진료·우병우 수사 병행…아쉬움도
세월호 당일 7시간 행적 여전히 미스터리, 결국 검찰로

【서울=뉴시스】표주연 임종명 오제일 기자 = 박영수(65·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팀이 70일(준비기간 포함 90일)간의 대장정을 마치게 됐다.

 12번째 특검팀이었던 박영수 특검팀은 역대 최고 성과를 거두며 수사를 마무리하게 됐지만,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와 우병우 청와대 전 민정수석 수사 등에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특검팀은 지난해 12월1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으면서 첫 발을 뗐다. 이후 현재까지 전·현직 장관급 인사 5명과 삼성전자 이재용(49) 부회장 등 13명을 구속하고 13명을 기소하는 성과를 남겼다.

 특검팀은 지난 12월6일 3만5000쪽 분량의 수사기록을 검찰로부터 넘겨받으면서 수사를 시작했다. 수사범위와 기록이 방대한 만큼 시간이 촉박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초기부터 특검팀은 상당히 서두르는 모습을 보였다.

 특검팀은 그간 뇌물죄와 문화계블랙리스트를 수사의 중심축으로 뒀다. 이외에도 정유라씨 이화여대 입시비리, 비선진료의혹, 우병우 전 청와대민정수석 등도 동시다발 수사를 벌였다.

 뇌물죄 수사의 핵심은 삼성그룹이었다. 삼성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내는데 중심축 역할을 담당했고, 최순실(61·구속기소)씨 일가에 가장 적극적으로 뇌물을 건넸다. 

 삼성 수사과정엔 위기가 있었다. 특검팀은 1월16일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19일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특검팀의 수사동력이 급격히 휘청이며 최대위기로 꼽히는 순간이었다.

【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특검 조사를 받기 위해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별검사 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 2017.02.26.   stoweon@newsis.com
【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특검 조사를 받기 위해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별검사 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 2017.02.26.  [email protected]
특검은 하지만 이 부회장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수사대상을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으로 넓혔다. 이때 특검팀은 삼성 경영권 승계 과정 자체를 뇌물의 대가로 판단하면서 보다 수사를 확대했다.

 1월20일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대한승마협회 부회장), 같은달 25일 김종중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사장, 김신 삼성물산 사장이 소환됐다. 2월8일에는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정찬우 전 금융위 부위원장을 불렀고, 다음날인 9일에는 뇌물수수자로 지목된 최순실씨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이달 13일 특검은 이 부회장을 다시 소환한 뒤 14일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하면서 승부수를 띄웠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삼성그룹의 총수가 처음으로 구속되는 순간이자, 뇌물죄 수사에 대해 법리적 소명에 성공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신호였다.

 '문화계블랙리스트' 수사도 뇌물죄 부문과 함께 특검팀이 가장 공을 들인 수사로 꼽힌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정부에 비우호적인 문화계 인사 약 1만 명의 명단을 적은 문서를 일컫는다.

 특검팀은 '블랙리스트' 수사로 김기춘(72)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51) 문화관광체육부 장관 등 5명을 구속했다. 구속자의 숫자는 정유라씨 이화여대 입시비리와 같지만, 블랙리스트 수사로 구속된 인물들은 모조리 전·현직 장관급이라는 점에서 질적 차이가 있다.

 수사기간 내내 특검팀은 거의 매일 블랙리스트 관련자들을 조사하며 수사에 힘을 쏟았다. 블랙리스트 수사대상에는 전·현직 청와대, 문체부 고위공무원들이 오르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12월28일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 소환 조사을 소환조사했고, 모철민 주프랑스 대사(지난해 12월29일), 김희범 전 문체부 제1차관(지난해 12월31일),  유동훈 문체부 2차관 소환 조사(1월3일),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1월7일),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1월8일)을 순서대로 불렀다.

 이후 특검팀은 1월17일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문체부 장관을 소환조사한 뒤 각각 직권남용, 위증 등의 혐의로 이들을 구속했다.

 특검팀은 이 수사를 통해 박근혜 정부가 조직적으로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계인사들을 관리한 사실을 파악했다. 그 꼭지점에는 박근혜 정부의 실세였던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자리 잡고 있었다.

 김 전 실장은 "공직자는 자유민주주의 헌법 가치를 수호해야 한다"거나 "우파가 좌파 위에 떠 있는 섬의 형국이니 전투 모드를 갖추고 불퇴전의 각오로 좌파 세력과 싸워야 한다" 등의 발언을 통해 특정 문화계인사들에 대한 압박과 불이익을 주라고 지시했다.

 이 같은 지시에 따라 세월호참사를 다룬 영화 '다이빙벨'을 상영하는 영화제나 영화관은 정부지원 사업에서 배제됐으며, 소설  '채식주의자'로 영국의 세계적 문학상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도 블랙리스트에 올라야했다.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등 혐의를 받고 있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4일 오후 서울 대치동 특검으로 소환되고 있다.   법원은 지난 3일 김 전 실장이 낸 특별검사의 직무범위 이탈에 대한 이의신청을 기각, 수사대상에 해당된다고 판단하 바 있다.   특검은 이에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뜻을 밝혔고 앞으로 엄정 수사할 것을 천명했다. 2017.02.04.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등 혐의를 받고 있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4일 오후 서울 대치동 특검으로 소환되고 있다. 법원은 지난 3일 김 전 실장이 낸 특별검사의 직무범위 이탈에 대한 이의신청을 기각, 수사대상에 해당된다고 판단하 바 있다. 특검은 이에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뜻을 밝혔고 앞으로 엄정 수사할 것을 천명했다. 2017.02.04.  [email protected]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입학·학사비리를 다룬 수사는 가장 완결성있게 마무리된 부문으로 꼽힌다. 이대 학사비리 수사의 경우 비교적 수사대상이 명확하고, 따져야할 사실관계도 간단한 편이었다. 정씨가 이화여대에 입학하고 학업을 하면서 각종 특혜를 받은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그 대가성을 추적하는 것 핵심이었다. 

 이 수사로 특검팀은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을 비롯해 김경숙 전 이화여대 신산업융합대학장, 류철균(필명 이인화) 이화여대 교수, 남궁곤 전 이화여대 입학처장, 이인성 이화여대 의류산업학과 교수 등 5명을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다만 주요 수사대상으로 꼽혔던 우병우 전 수석 관련 수사는 상당한 아쉬움이 남는 부문으로 꼽힌다. 특검팀은 우 전 수석이 최순실씨 등의 비리행위를 제대로 감찰·예방하지 못했고, 그 비리행위에 직접 관여하거나 이를 방조·비호했다고 판단하고 수사를 벌였지만 구체적인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에 실패했다.

 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는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기는 선에서 마무리될 전망이다.

 '비선진료' 의혹 부분은 상당한 성과를 냈지만 이른바 '세월호 7시간'의 실체와 관련해서는 의미있는 사실을 도출하지 못한 채 막을 내리게 됐다. 특검팀은 비선진료 의혹 수사과정에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김영재 원장의 부인 박채윤 와이제이콥스메디칼 대표를 구속했다.

 김영재 원장이 박 대통령에게 필러와 보톡스 등 수차례에 걸쳐 미용 시술을 했다는 사실도 확인했으나,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을 상대로 비선 진료를 행했는지에 대해선 파악하지 못했다.

 특검팀은 김 원장에게 의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고 국회에서 위증한 혐의 등도 포함해 불구속 기소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세월호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행적은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로 남아 검찰로 넘어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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