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종료-성과④]블랙리스트-문화계 억압 '왕실장' 김기춘 잡았다

기사등록 2017/02/27 11:52:06

특검, 수사기간중 거의 매일 블랙리스트 관련자 소환
"국민 사상의 자유 침해한 중대 범죄행위" 엄중처벌 예고
김기춘·조윤선 구속으로 드러난 기막힌 '문화계 탄압'

【서울=뉴시스】표주연 기자 ='문화계블랙리스트' 수사는 뇌물죄 부문과 함께 박영수(65·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팀이 가장 공을 들인 수사로 꼽힌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정부에 비우호적인 문화계 인사 약 1만명의 명단을 적은 문서를 일컫는다. 박근혜 정부는 이 문서를 각종 지원에서 배제하는 용도로 활용했다. 정부에 비판적인 인사들을 각종 정부의 지원에서 배제해 길들이는 정책을 편 것이다.

 특검팀은 '블랙리스트' 수사로 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51) 문화관광체육부 장관 등 5명을 구속했다. 구속자의 숫자는 정유라씨 이화여대 입시비리와 같지만, 블랙리스트 수사로 구속된 인물들은 모조리 전·현직 장·차관급이라는 점에서 질적 차이가 있다.

 특검팀이 막 인원 구성을 마친 지난해 12월15일, 가장 먼저 한 일은 김기춘 전 실장에 대한 출국금지였다. 블랙리스트 수사의 정점에 김 전 실장이 있다는 것을 예고한 조치로 볼 수 있다.

 이후 특검팀은 거의 매일 블랙리스트 관련자들을 조사하며 수사에 힘을 쏟았다. 블랙리스트 수사대상에는 전·현직 청와대 문체부 고위공무원들이 망라됐다고 해고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12월28일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 소환 조사을 소환조사했고  모철민 주프랑스 대사(지난해 12월29일), 김희범 전 문체부 제1차관(지난해 12월31일), 유동훈 문체부 2차관 소환 조사(!월3일),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1월7일),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1월8일)을 순서대로 불렀다.

 1월9일에는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상대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중 김상률 전 수석을 제외한 3명에게는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이때 특검팀은 "문화예술인 지원배제 명단(블랙리스트) 운영은 언론의 자유,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중대 범죄로 보고 있다"며 수사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특히 특검팀은 "블랙리스트는 국민의 사상의 자유를 심각히 훼손하는 범죄행위"라며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강도 높은 처벌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후 특검팀은 김기춘 전 실장을 정조준했다. 김 전 실장은 '왕실장', '기춘대원군' 등으로 불리며 박근혜 정권 2인자로 꼽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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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검팀의 수사결과 밝혀진 블랙리스트 운영의 전모는 구시대 독재정권 시절을 연상할 만큼 기가 막혔다.

 김기춘 전 실장은 2013년 8월 수석비서관 회의를 통해 "종북세력이 문화계를 15년동안 장악했다"며 "CJ와 현대백화점 등 재벌들도 줄을 서고 있다. 정권 초기에 사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3년 12월에는 블랙리스트 작업을 보다 구체적으로 지시했다. 김 전 실장은 "공직자는 자유민주주의 헌법 가치를 수호해야 한다"며 "반정부·반국가적인 성향의 단체들이 좌파들의 온상이 돼서 종북세력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한 성향의 단체들에 현 정부가 지원하는 실태를 전수조사하고 그에 대한 조치를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김 전 실장은 2014년 1월 청와대 비서관과 행정관들에게 "우파가 좌파 위에 떠 있는 섬의 형국이니 전투 모드를 갖추고 불퇴전의 각오로 좌파 세력과 싸워야 한다"고 주문하기도했다.

 실제 이 같은 지시에 따라 문체부는 각종 문화계인사들에 대해 불이익을 주거나 압력을 행사했다.

 실제로 세월호 참사를 다룬 영화 '다이빙벨'을 상영하는 영화제나 영화관은 정부 지원 사업에서 배제됐다. 소설 '채식주의자'로 영국의 세계적 문학상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도 블랙리스트에 올라야했다. 광주 5·18 항쟁을 다룬 소설 등을 집필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만큼  문화계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압박과 편가르기가 전방위적이고 무차별적이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특검팀은 블랙리스트 운영에 대해 박 대통령이 직접 지시하거나 관여한 결정적인 증거는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블랙리스트 관련자들을 구속하거나 기소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공모자로 적시했다. 또 최순실(61·구속기소)씨 역시 일부 피의사실의 공범으로 이름을 올렸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13년 9월30일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국정지표가 문화융성인데 좌편향 문화예술계에 문제가 많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후 김 전 실장이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했다는 것이 특검팀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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