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문화人-⑮] "하모니카는 한음 한음과 키스하는듯 로맨틱"

기사등록 2016/12/11 09:48:33

최종수정 2016/12/28 18:03:06

【서울=뉴시스】전제덕은 국내에서 문방구에서 파는 악기로 인식된 하모니카를 대중적으로 알린 주인공이다. 2016.12.11(사진=jnh뮤직)
【서울=뉴시스】전제덕은 국내에서 문방구에서 파는 악기로 인식된 하모니카를 대중적으로 알린 주인공이다. 2016.12.11(사진=jnh뮤직)
■'한국의 스티브 원더'하모니카 연주자 전제덕
20년전 라디오에서 틸레망 연주소리 듣고 매료
소품 악기를 주류로…'호너 아티스트'로 선정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하모니카 연주자 전제덕(42)에게는 한국의 스티비 원더, 레이 찰스, 호세 펠리치아노 등의 수식이 따라다닌다. 시각장애 아티스트를 떠올리는 셈이다. 태어날 때부터 시력을 잃은 그가 장애를 극복하고 감동을 전하는 뮤지션, 즉 '인간 승리'에 방점을 찍어왔다.

 그로 인해 전제덕의 연주력이 일부 가려진 것도 사실이다. 그는 '한국의 투츠 틸레망'에 가깝다. 틸레망은 '블루제트'로 유명한 벨기에 출신 하모니카 연주자다. 올해 8월 9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전제덕을 하모니카의 세계로 인도한 정신적 스승이다. 1996년 김덕수 사물놀이패에서 장구를 치던 전제덕은 택시 라디오에서 들은 그의 연주를 계기로 하모니카를 손에 쥐게 됐다.

 최근 마포구 jnh뮤직에서 만난 전제덕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틸레망과 하모니카에 대한 살가운 애정을 잃지 않았다.  

 "틸레망이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하모니카는 내 입술 밑에서 바로 소리가 나서 생생한 느낌을 바로 전달할 수 있다'고요. 정말 사랑스런 악기죠. 숨을 들이시고 내쉬다 보면 한음한음과 키스하는 듯한 느낌도 들고요. 로맨틱하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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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제덕은 국내에서 문방구에서 파는 악기로 인식된 하모니카를 대중적으로 알린 주인공이다. 2016.12.11(사진=jnh뮤직)
 하모니카로 표현할 수 있는 장르의 스펙트럼을 한없이 넓힌 틸레망의 호흡에는 소리의 깊이가 있다고 했다. "처음 들었을 때 제가 알던 하모니카 소리가 아니었어요. 날카로운 인상이 짙었는데 너무 부드럽고 풍부했어요. 기품이 남달랐죠. 그의 호흡 하나하나에 매료됐어요. 저는 지금도 잘 안 된다고 생각해요"라는 겸손이다.

 전제덕은 틸레망을 위한 헌정 무대를 겸하는 콘서트를 오는 30일 성수아트홀에서 연다. '블루제트'를 비롯해 틸레망이 자주 연주하던 '이프 유 고 어웨이', '더 데이스 오브 와인 앤드 로즈' 등을 들려준다.  

 전제덕은 지난 2004년 틸레망 내한 공연 때 무대 뒤를 직접 찾아가 만난 인연이 있다. "당시에도 여든살이 넘었는데, 훌륭한 공연을 선보이셨죠. 잠깐 이야기를 나눴는데 '하모니카는 좋은 악기'라며 즐기면서 열심히 하라고 하셨죠. 정말 뭐라고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제게는 영광인 순간이었어요."

 전제덕은 최근 '호너(HOHNER) 아티스트'가 됐다. 호너는 독일에 본사를 둔 호너는 세계 최고의 하모니카 브랜드다. 틸레망과 '클래식 하모니카의 전설' 토미 레일리, 팝스타 최초 노벨문학상을 거머쥔 밥 딜런, 영국의 전설적인 록밴드 '비틀스' 멤버 존 레넌 등이 대표적 호너 아티스트다.  

 "예전에 하모니카를 불던 사람들에게는 꿈 같은 브랜드에요. 지금은 다른 브랜드도 생겼지만 거의 유일하다시피 했거든요. 틸레망과 레일리 시그니처 모델은 고가죠. 제 시그니처 모델이요? 그건 불가능하죠. 그거야 정말 유명하신 분들을 위한 거니까"라며 손을 내저었다.

 전제덕은 국내에서 문방구에서 파는 악기로 인식된 하모니카를 대중적으로 알린 주인공이다. 2004년 전제덕 1집 '우리 젊은 날'이 나온 이후 하모니카가 새삼 조명되며 붐이 일기도 했다. 특히 소품 악기로 통용되던 이 악기를 주류 악기로 끌어올렸다.

 자만의 될 수도 있다면서도 가수들 세션을 하다보니, 하모니카 소리가 낭비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차게 말할 줄 아는, 이 악기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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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제덕은 국내에서 문방구에서 파는 악기로 인식된 하모니카를 대중적으로 알린 주인공이다. 2016.12.11(사진=jnh뮤직)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정말 세션을 많이 했어요. 그 당시 음반에서 들려오는 하모니카 소리의 웬만한 건 제가 다 녹음했죠. 그런데 저만 할 수 있는 소리를 내고 싶었어요. 이후 세션을 거의 안 했죠. 소리는 제가 스스로 보존해야 해요. 남이 보존해줄 수 없죠."

 전제덕은 2014년 정규 3집 '댄싱 버드(Dancing Bird)'를 통해 기존 재즈에서 왈츠, 발라드, 스윙, 라틴, 펑크 등으로 음악적 관심을 넓혔다. 특히 봄의 이미지를 담은 음반은 청각뿐 아니라 시각적인 이미지를 자극하며 공감각적인 앨범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내년에 앨범을 내려고 준비 중이라는 전제덕은 "음반 작업은 그 상황에 맡기는 것이 좋다"고 했다. "예전 것이 좋았다고 억지로 거기에 매달려 있으면 오히려 좋지 않아요. 흘러가는 것은 흘러가는 그대로 둬야죠. 그렇지 않으면 엉키죠"라고 했다. 대신 하모니카를 대하는 태도는 한결 같다. "배워도 배워도 끝이 없거든요"라고 웃었다.

 전제덕을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그에게 어떤 장면들에 대한 설명을 원한다. '댄싱버드'에서 그가 들려준 꽃, 새 등을 보지 않았는데 어떻게 느끼고 표현했는지 묻는 것이다. "제가 설명을 안 해드릴 수는 없어요. 당연히 궁금해하실 수밖에 없는 부분이니까요."  

 하지만 전제덕의 음악을 들으면 설명 이상의 많은 것이 그 안에 포함돼 있는 걸 느끼게 된다. 그의 연주는 노래 자체이고 그 안에는 가사로 적혀 있지 않은 많은 것이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악기는 노래하듯이 연주해야 하고 노래는 악기 연주하듯이 해야, 잘하는 거죠. 그게 음악의 본질이에요. 노래 하듯이 연주하기 위해 제가 끊임없이 노력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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