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제로 韓경제③] 커지는 위기감…한은의 금리 선택은?

기사등록 2016/12/11 07:17:42

최종수정 2016/12/28 18:03:05

【서울=뉴시스】장세영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2016.11.1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장세영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2016.11.11.  [email protected]
15일 금통위서 기준금리 향방 주목
 동결 전망 우세하지만…인하 요구도 높아

【서울=뉴시스】정옥주 기자 = 한국은행이 오는 15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한국 경제에 침체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탄핵 가결로 사실상 정부 기능까지 마비되면서 한은에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수출과 내수 부진에 시달리는 우리 경제는 정치적 혼란까지 더해지며 1997년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최악의 상황에 놓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동안 부동산 호황에 따른 건설투자와 정부의 추경으로 간신히 떠받쳐 왔지만, 1300조원을 넘긴 가계부채를 억제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각종 대책으로 부동산 경기도 위축되는 양상이다. 여기에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에 따른 불안감, 도널드 트럼프의 미 대통령 당선인의 보호무역주의 노선은 우리 경제를 더욱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경제 전반의 위기감은 높아지고 있지만 정부의 적극적 재정정책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한은이라도 공격적인 '완화적 통화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늘고 있다.

 최근 국내외 연구기관들도 우리나라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줄줄이 내려잡은 것도 한은에게는 부담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과 구조조정 여파 등을 한국 경제의 하방 요인으로 지목하며, 내년도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6%로 대폭 낮췄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도 내년 한국 경제가  2.5%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전망치는 이들보다 더 낮다. KDI는 지난 7일 내년 전망치로 2.4%를 제시했다. LG경제연구원(2.2%), 한국경제연구원(2.2%), 노무라증권(1.5%)보다는 높지만, 한은의 전망치인 2.8%보다는 월등히 낮다.

 더욱이 KDI는 국내외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상반기 추경 편성과 금리 인하도 고려할 여지가 있다고 주장, 한은은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현재 한은으로서는 기준금리를 올리기도, 내리기도 어려운 난감한 상황이다.

 우선 13~14일(현지시간) 예정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확실시 되고 있으나, 그 속도와 방향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한은은 당초 연준이 12월 인상을 단행한 뒤 내년 2차례 가량 추가 인상을 실시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미 대선에서 예상을 깨고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이 시나리오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됐다.

 현재 시장에서는 트럼프 정부가 출범해 재정확대 정책이 본격화되면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associate_pic2
【서울=뉴시스】안지혜 기자 = 11일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1.25% 수준으로 동결했다. [email protected]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경제 전문가 62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달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물론 내년에도 세 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0.25~0.50% 수준. 연준이 내년 0.25%씩 3차례 인상한다면 우리 기준금리(1.25%)를 따라잡게 된다. 이 경우 내외금리차 축소로 국내 투자된 외국인 투자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갈 수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미 대선 직후인 지난달 9~14일 대만과 한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7개 주식시장 모두에서 순매도를 보여 유출규모가 확대, 브렉시트(영국의 EU탈퇴) 직후 유출규모를 웃돌았다. 2억8000만 달러에 불과했던 일평균 순유출 규모가 트럼프 당선 직후 9억3000만 달러로 대폭 늘어난 것이다. 이는 브렉시트 직후 4일간 외국인 일평균 아시아 7개국 주식 순매도 금액인 1억2000만 달러를 크게 뛰어넘는다.

 원·달러 환율도 가파르게 상승할 수 있다. 신흥국 통화가치 하락은 당장은 수출기업에 도움이 될지 몰라도, 그 폭이 크거나 장기화되면 자금유출과 증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대내 정치불안이 지속되는 가운데 트럼프 당선에 따른 무역수지 둔화, 외국인 자금이탈 우려 등으로 지난 6월 이후 처음으로 원·달러 환율이 1170원대를 웃돌았다. 

 그렇다고 빠져나가는 외국인 투자자들을 잡겠다고 기준금리를 올릴 수도 없다. 가계부채 '폭탄'을 건드리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미 대선 이후 채권금리 급등으로 국내 시장금리도 빠른 속도로 오르면서 가계부채에 '비상'이 걸렸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까지 이뤄진다면 국내 은행들의 대출금리 상승이 더 가파르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대출금리 인상은 곧 가계들의 빚 상환 부담을 늘리고, 또 이는 소비 위축과 전반적인 내수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KDI의 '최근 가계부채 증가의 특징과 시사점 : 부동산 대출 규제완화 전후를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가계소득이 5% 하락하고 금리가 1.0%포인트 상승하면, 가계의 평균 원리금 상환액은 지난해 기준 1140만원에서 14%가 늘어난 1300만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한은이 당분간 금리수준을 묶어두고 상황을 관망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의 기정사실화, 이에 따른 금리역전 가능성 등으로 한은이 금리를 내리기는 쉽지 않다"며 "기준금리 인하시 자금유출 우려가 커지고 환율 변동성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당분간 동결기조를 유지하며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15일 금통위에서 소수의견이 나올 가능성도 내놓고 있다. 지난달 29일 공개된 22차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11월 금통위에서 만장일치로 기준금리 동결이 결정됐지만, 일부 금통위원이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당시 한 위원은 "앞으로 경제상황이 현재 전망보다 악화될 경우, 통화정책의 완화적 기조를 더 강화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만약 15일 금통위에서 추가 금리인하를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나올 경우 금리인하를 둘러싼 한은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email protected]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

기사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