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촉즉발'이던 백남기 장례식장…경찰-유족측 빗속 대치

기사등록 2016/10/23 16:16:17

최종수정 2016/12/28 17:49:09

【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 23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은 약 3시간30분 동안 고(故) 백남기 시신 부검을 둘러싸고 경찰과 유족 측의 대치로 긴장감이 감돌았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이날 오전 10시께 백씨 시신에 대한 압수수색검증영장(부검영장) 집행을 위해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으로 9개 중대 800여명의 병력을 투입했다.

 백남기 투쟁본부 측은 100여명이 백씨 시신이 안치된 장례식장에서 대기하면서 오전 9시40분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영장 집행 사실을 시민들에게 전파했다.

 백씨 시신이 있는 안치실 앞에서는 시민들이 모여 경찰의 강제력 동원에 대비했다. 이들은 푸른색 옷을 입고 "우리가 백남기다"라고 외치며 결의를 다졌다.

 장례식장으로 진입할 수 있는 경로 곳곳에서도 유족 측과 시민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경찰의 강제 진입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경찰은 장례식장 쪽에 있는 유족 및 시민들과 서울대병원 내부의 소로(小路)를 사이에 두고 대치했다. 대치중인 경찰은 굳은 표정으로 강제 집행 지시를 기다렸다.

 유족 측은 길 건너에서 돗자리를 깔았다. 백씨 시신 부검에 반대하는 시민들도 속속 모이기 시작했다.

 경찰은 유족 측이 직접 부검에 관한 의사를 밝힐 것을 요구하면서 협의를 시도했다. 경찰은 장례식장 내부에서 백씨 유족을 직접 만나기를 요구했다.

 유족 측은 장례식장 외부의 다른 장소에서 법률대리인들이 대신 협의할 것이라고 이견을 보였다.

 경찰과 유족의 법률대리인, 야당 의원들은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밖에 설치한 노란 천막 내부에서 협의를 했다.

 오전 10시50분께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백씨의 시신을 지키는 시민들의 최전선에는 수녀들이 "주가 함께하소서"라며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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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씨 시신이 있는 안치실 인근에는 주로 20~30대로 구성된 시민지킴이 100여명이 모였다.

 이들 가운데 절반은 안치실 앞에서 쇠사슬을 치고 진입 장벽을 만들었다. 경찰이 강제력을 동원할 경우 온몸을 던져 저지하겠다는 결연한 표정이어서 누가 봐도 충돌을 우려케 했다.

 안치실 앞에서는 시민들이 노래를 부르거나 환호를 하면서 스스로 의지를 북돋았다. 대치 장기화에 대비해 음식물을 준비하는 분주함도 보였다.

 홍완선 종로경찰서장은 낮 12시7분께 유족 측과의 협의를 마치고 "유족이 반대 의사를 공식적으로 표명할 경우 오늘은 강제 집행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홍 서장 주변에 있던 시민들은 "유족은 반대 의사를 지속적으로 밝혀왔다"며 "강제 집행을 하지 않겠다고가 아니고, 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것은 무슨 말이냐"며 거칠게 반문했다.

 유족 측은 "경찰의 말을 믿지 못할 상황"이라며 "언제든지 들이닥칠 수 있으니 대비를 해야 한다"는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낮 12시44분께 빗방울이 굵어지기 시작했다. 경찰은 병력 일부를 장례식장 쪽으로 전진 배치했다. 유족 측에서도 6~7명이 피켓을 들고 대치하고 있는 경찰 쪽으로 이동했다.

 유족 측에서는 우천에 대비해 노란 가림막을 준비했다. 유족 측 인원은 시민들이 더해지면서 갈수록 늘어났다.

 백씨 시신을 지키려는 시민들은 장례식장, 안치실로 통하는 길목에 섰다.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인근을 지나다가 소식을 듣고 합류하는 시민도 있었다.

 비는 더욱 거세졌다. 유족 측은 준비한 우의를 입기 시작했지만 상당수 시민들은 빗속에 선 채 경찰과 대치했다. 안치실로 통하는 길을 지키던 시민 일부는 장례식장 1층으로 자리를 옮겨 비를 피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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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씨의 딸 도라지(34)씨는 기자회견에서 "아버지 돌아가시게 하고 장례도 못 치르게 한 경찰을 만나고 싶겠느냐"며 "만나면 '유족과 협의했다'고 명분을 만들 것이라 절대 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법률 대리인을 만나는 것이 (유족을 직접 만나는 것과) 법적으로 동일하다"며 "언제든 경찰이 강제로 들어올 수 있으니 아버지께서 편히 가실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

 오후 1시11분께 유족 측은 시민들을 상대로 경찰과의 대치 상황, 협의 내용 등을 전파하기 시작했다. 이와 비슷한 시각 경찰은 장례식장에서 일보후퇴, 후일을 기약하기로 했다.

 1시20분께 경찰은 장례식장 인근에서 철수했다. 유족 측은 경찰이 재차 강제력을 동원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결의를 다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경찰이 새벽에 들이닥칠 수도 있다", "내일은 좀 더 많은 이들이 부검영장 강제 집행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등의 말을 나눴다.

 홍 서장은 병력과 함께 철수하면서 "유족과 직접 만나지는 못했으나 유족이 방송에서 인터뷰한 것을 보고 반대 의사를 존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오후 2시12분 현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내리던 비는 다소 잦아들었다. 경찰은 모두 사라졌다. 그러나 유족 측은 경찰과 대치하던 그 자리를 계속 지키면서 추가적인 강제력 동원에 대비 중이다.

 백씨 시신에 대한 부검영장 효력은 25일까지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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