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민간 접촉 북핵 탐색전…정부간 대화로 발전할까

기사등록 2016/10/23 12:28:49

최종수정 2016/12/28 17:49:07

 北 핵 '억제력 강화' 원칙 강조하며 '평화협정' 타진 가능성  외부 노출에도 자연스러워 "공개 기대했을 것" 【서울=뉴시스】김지훈 기자 = 북한 현직 외교 당국자와 미국의 대북 정책을 담당했던 전직 인사들이 말레이시아에서 극비 회동을 가졌다. 한·미 양국 정부는 이번 접촉이 정부 입장과 무관하다지만, 제재 국면 속에서 북미 간 '탐색적' 접촉이 성사됐다는 것만으로도 의미를 부여하기에 충분하다는 관측이다.  23일 외교부 등에 따르면 북한 한성렬 외무성 부상과 장일훈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가 21~22일 쿠알라룸푸르에서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국무부 북핵특사와 조지프 디트라니 전 6자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를 비밀리에 만났다.  한 부상은 지난 1992년 외교부 미주과장을 지낸 이후 미주국 부국장 등을 거쳐 2013년 7월까지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를 지낸 대표적인 북한 내 미국통이다. 갈루치 전 북핵특사는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를 끌어낸, 당시 클린턴 행정부 대북정책의 핵심 인물이었다.  외교부는 이번 미국 측 참석자들이 20여년 전 대북 정책을 담당했던 인사들인 만큼 이번 만남이 현재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미국 국무부도 '민간 차원의 회동'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에서 대미(對美) 대화 채널을 담당하고 있는 현직 외교관들과 미국에서 북핵 고도화의 역사를 꿰고 있는 전직 당국자들이 극비리에 만난 것인 만큼 결코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는 분석이다.  양측은 이번 이틀에 걸친 회동에서 '현안'을 얘기했고, '진전'이 있었다는 평가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들어서만 2차례의 핵실험과 20여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북한 측과 고강도 대북압박정책을 펴고 있는 미국 측이 만나 서로의 입장을 직접적으로 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이 자리에서 자신들의 핵 고도화가 미국의 위협으로부터 핵 억제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고, 선제 타격의 의도가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을 거라는 관측이다. 최근 북한이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준의 탄도미사일 기술 완성을 얼마 앞두지 않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미국 측 인사들도 이에 대한 북한의 확실한 입장을 확인받으려 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북미 평화협정에 가능성도 타진했을 거라는 관측이다.  북한이 극비리에 추진한 비공개 회동이 공개된 데 대해 거부감을 드러내지 않은 것도 이례적이다. 한 부상은 한국 취재진에 포착되자 자연스럽게 대화를 했다. 적극적이지는 않았지만 취재진의 질문에 답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장 차석대사도 회동 중간에 밖에서 취재진의 접근에 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북한 전문가들은 정부 간 대화 채널이 단절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비밀 회동이긴 하지만, 민간 채널을 이용한 대화를 공개함으로써 국제사회를 향해 대화할 용의가 있다는 메시지를 발신하려 한 것으로 보고있다. 또한 미국의 차기 행정부에도 북미 간 대화를 요청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자신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 속에서 출구를 찾기 위한 대화 창구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현재 행정부의 당국자들을 직접 만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당국 간 만남의 징검다리고 삼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이번 인사들은 과거 클린턴 행정부의 사람들로, 힐러리가 당선될 경우 차기 미국 정부에 조언을 할 가능성이 큰 인사들"이라며 "차기 미국 행정부와의 대화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 비밀 회동을 누가 요청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북한은 외부에 공개되길 기대했을 것"이라며 "미국 입장에서도 북한의 생각을 알고 싶었을 것이고, '대화' 공개함으로써 이에 대한 중국의 반응도 살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부상이 정장에 김일성-김정일 부자 초상 배지를 달지 않은 것과 관련해서는 비공개 회동이 노출될 것을 주의한 것과 동시에 노출을 염두에 두고 국제사회, 특히 미국 여론의 반감을 최소화하기 위한 연출이라는 분석이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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