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사망부터 부검영장 집행까지…갈등·논란의 연속

기사등록 2016/10/23 12:14:20

최종수정 2016/12/28 17:49:07

【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고 백남기 씨의 시신 부검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을 찾은 홍완선 종로경찰서장이 백남기 대책위 관계자와 대화를 하고 있다. 2016.10.23.   stowen@newsis.com
【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고 백남기 씨의 시신 부검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을 찾은 홍완선 종로경찰서장이 백남기 대책위 관계자와 대화를 하고 있다. 2016.10.23.  [email protected]
경찰 6차 부검 협의 제안 끝에 강제집행 시도
 유족 측 시종 완강 거부 입장 고수
 논란 불붙인 서울대병원 "사망진단서 변경 못 해"

【서울=뉴시스】이혜원 기자 = 경찰이 지난달 25일 별세한 농민 고(故) 백남기씨에 대한 부검영장(압수수색검증영장) 강제집행에 나섰다. 고인이 숨진 지 29일 만이며 영장 유효기간을 이틀 앞둔 시점이다.

 서울 종로경찰서은 이날 오전 10시10분께 경찰 병력이 서울대병원에 도착해 부검영장 강제집행에 착수했다.

 홍완선 종로경찰서장은 "부검영장을 집행하러 왔으니 협조 바란다"며 "장례식장 1층으로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현재 9개 중대 800명의 병력을 투입한 상태다.

 부검에 반대하는 유족과 밀어붙이려는 경찰이 한달 가까이 벌여온 갈등이 기어코 정점에 다다른 것이다.

 부검 논란은 백씨 사망 전부터 시작됐다.

 백씨가 숨지기 직전인 지난달 25일 오전 백남기대책위원회(현 백남기투쟁본부)는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백씨가 매우 위독한 상황"이라며 "검경의 부검 시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검찰이 부검 의사를 직접 밝힌 적은 없지만 통상 이같은 사건에는 사망 후 부검을 하는 게 내부 방침이라는 점을 확인했다"며 "그동안 의사나 경찰을 통해서도 부검 의견을 밝혀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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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고 백남기 씨의 시신 부검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홍완선 종로경찰서장을 비롯한 경찰 관계자들이 들어서고 있다. 2016.10.23.  [email protected]
 이에 대해 검찰은 "검시도 안 한 상황이다. 부검 여부는 결정된 바 없다"며 백씨가 숨진 지 4여 시간 뒤인 오후 6시께 검시를 진행했다. 이후 경찰은 이날 오후 11시께 백씨 부검을 위한 압수수색 검증 영장을 신청했다.

 법원이 이를 기각하자 경찰은 지난달 27일 영장을 재신청해 다음날인 28일 '유족과 협의를 거친다'는 내용의 '조건부' 영장을 발부받았다.

 경찰은 유족과 부검 절차 관련 협의를 하기 위해 지난 4일, 9일, 12일, 16일, 19일, 22일을 기한으로 부검 관련 협의를 위한 대표 선정 및 협의 일시·장소를 회신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잇따라 6차례나 보냈다.

 지난 13일엔 홍완선 종로경찰서장이, 17일과 20일엔 장경식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이 직접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공문을 전달하기도 했다.

 유족 측은 "고인을 죽게 한 경찰의 손이 시신에 닿지 못하게 하겠다"며 완강하게 거부해 왔다.

 투쟁본부는 경찰의 6차 부검 협의 제안 시한인 지난 22일 언론에 보낸 보도자료를 통해 "사인은 명백하고 증거는 충분하며 부검은 필요치 않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어 "경찰이 부검을 주장하는 2가지 논리 중 하나인 서울대병원 백선하 교수의 병사(病死) 주장은 대한의사협회에서조차 배격됐다"며 "제3의 사망원인이라고 주장했던 '빨간우의 가격설'도 진실 왜곡을 위한 터무니없는 소설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유족 측 법률 대리인은 "영장 전문을 공개해야 협의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정보공개 청구까지 했지만 경찰은 법원의 제한사유가 담긴 대목만 부분적으로 공개했다. 해당 공개 부분은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앞서 공개한 부분인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사망진단서상 병사 판정을 토대로 부검 추진을 강행해왔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지난달 2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주치의가 급성신부전으로 인한 심정지사를 사인으로 보고 병사로 판단했다"며 "사망원인을 정확히 밝히기 위해 부검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거듭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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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경찰이 고 백남기 씨의 시신 부검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을 찾자 백남기 대책위 관계자들이 장례식장 입구를 지키고 있다. 2016.10.23.  [email protected]
 서울대병원이 작성한 백씨 사망진단서에는 선행사인으로 급성 경막하출혈, 중간선행사인으로 급성신부전증, 직접사인으로 심폐기능정지라고 돼 있다. 병원은 직접사인을 기반으로 사망 종류를 '병사'로 분류했다.

 하지만 이는 대한의사협회(의협) 규정을 위반한 방식이라는 지적이다. 의협의 '진단서 등 작성·교부 지침'에 따르면 사망의 종류는 대개 원사인에 따라 결정된다.

 백씨의 경우 직접사인이 심폐기능정지라도 사망에 이르게 된 궁극적 원인으로서 선행사인 '급성 경막하출혈'에 따라 '외인사'로 분류해야 한다는 것이다. 급성 경막하출혈은 외부 충격으로 인해 두개골과 뇌 사이의 '경막'이라는 얇은 막 아래에 피가 고인 상태다.

 백씨 주치의였던 백선하 신경외과 교수의 지시대로 전공의가 사망진단서를 작성했다는 점과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이 박근혜 대통령 주치의 출신이라는 점이 맞물리면서 사망진단서 작성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서울대병원은 지난 3일 특별조사위원회를 열고 '병사'로 표기된 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특위원장을 맡은 이윤성 서울대의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난 외인사로 기재됐어야 한다고 보지만 주치의 백 교수는 나와 의견이 달랐다. 사망진단서는 의사 개인이 작성한다"고 선을 그었다.

 백 교수는 "고인을 죽음에 이르게 한 직접적 원인은 사망 6일 전부터 급성신부전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발생한 고칼륨증에 의한 급성 심폐정지"라며 "체외투석을 통한 적극적인 치료가 시행됐다면 사망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최선의 치료를 받았는데도 사망했다면 외인사로 표기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창석 서울대병원장도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서울대병원 국정감사에서 "사망진단서는 적법하게 처리됐다. 형법 17조에 의해 검안한 의사가 아니면 사망진단서 변경을 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주치의의 사망진단서에 변동이 없는 상태에서 경찰은 부검 집행을 위한 수순을 밟아왔고 결국 23일 강제 집행에 나섰다.

 백씨는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에서 경찰이 살수한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있다가 317일 만에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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