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고 10년간 22만명…"설계·감리비, 쥐꼬리"

기사등록 2016/10/23 09:27:58

최종수정 2016/12/28 17:49:04

【서울=뉴시스】오동현 기자 = 우리나라의 건설현장 안전관리체계는 시공과정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사전 예방에 소홀하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재사망률 1위라는 불명예를 벗지 못하고 있다.

 건설공사 설계·감리비용이 법정 수준의 절반에 불과하다는 점도 사고를 키우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2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건설현장 안전사고는 2006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까지 10년간 총 22만554명의 재해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건설사고 유형 중 추락사고가 가장 빈번했다. 지난해 총 2만5132명의 재해자 중 8259명이 추락사고를 당했다. 발생 빈도는 10년 전(5942명)보다 30% 가까이 늘었다.

 사고현장에 가면 안전난간이나 발끝막이판이 없는 경우를 종종 목격할 수 있다. 근로자들이 추락방지 안전띠 고리를 걸지 않고 작업하다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는 사업주의 안전의식 미흡, 근로자의 안전수칙 미준수, 감독당국의 안전관리 소홀 등 복합적인 요인이 더해진 결과다.

 한국시설안전공단 '건설안전정보시스템'에 등록된 사고발생 원인(2001~2016년)을 보면 '부적절한 작업절차에 의한 공사 운용' 12.3%, '안전규정 또는 지침 위반' 11.4%, '부적절한 작업계획' 10.7%, '적당하지 않은 지반 및 지하상태' 6%, '작업자 독단에 의한 불안전 행동' 5% 등 순으로 많았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토부의 안전관리체계는 시공과정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정부는 사고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토부의 건설현장 사전 예방형 안전관리체계에 따르면, 건설공사 참여자는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를 발주청 및 허가기관에 즉시 보고해야 한다.

 그 일환으로 국토부는 건설안전정보시스템에 '건설사고 신고 시스템'을 구축해 건설공사 참여자가 쉽게 사고를 보고할 수 있도록 했다. 사고를 발주청이나 인·허가기관에 신고하지 않을 경우, 최대 3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하지만 전 의원이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건설사고 신고 시스템 구축 이후 건설사고 현황'을 보면 현재까지 총 38건(사망 10명·부상 38명)의 신고가 접수됐다. 매년 건설사고로 2만여 명의 재해자가 발생하고 있음을 볼 때, 턱없이 부족한 신고 기록이다. 

 시스템에 등록된 사망사고는 ▲청주 사창동 산부인과 증축공사(사망 1명) ▲남양주 진접선 복선전철 제4공구 건설공사(사망 4명) ▲봉황천 지방하천 정비사업(사망 1명) ▲음성군 하수관로 3차 정비사업 시설공사(사망 1명) ▲서울 서초동 건물 지상·지하층 철거공사(사망 1명) ▲김포도시철도 1공구 공사(사망 1명) ▲세종시 2-1 생활권 공동주택 신축공사(사망 1명) 등 7건 뿐이다.  

 전국건설노동조합 관계자는 "산재신청을 하면 '블랙리스트'에 올라 재취업이 어렵게 된다"며 "사측의 회유로 하청업체 직원이나 일용직 근로자들이 개인 의료보험이나 공상처리하는 경우는 여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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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건설사 직원들이 피해자의 입단속을 하거나 피해자 친인척들을 찾아가 협상(공상처리) 압력을 넣기도 한다"고 전했다.

 우리나라는 부실공사와 안전사고로 인해 건설노동자가 사망하는 비율이 OECD 국가 중 1위다. 이는 정부가 공공공사 예산을 책정하는 단계에서부터 적정 감리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한 몫한다.

 기획재정부가 정한 건설사업관리(감리) 대가 요율은 (800억 공사기준) 약 4.2%다. 이는 국토부가 정한 적정감리대가(6.2%)의 68% 수준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공공기관들의 건설공사 설계·감리비용은 법이 정한 설계비의 절반 수준만 지급되고 있었다.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실이 2010년 이후 200억 이상 사업의 설계비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공공기관들의 감리비는 공사비용(설계가)의 3.5% 수준으로 국토부가 정한 법정 요율 6.2%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건설 사업이 많은 LH공사(4.0%), 한국철도시설공단(3.7%), 한국도로공사(3.6%), 서울시(2.7%), 경기도(2.6%) 등 5개 기관의 감리비용은 양질의 건설사업(공사감리)를 하기에 부족하다는 평가다.

 설계비도 법정 요율에 한참 못미쳤다. 우리나라 법정 설계비 요율은 4.2%로 프랑스(8%), 미국(6%) 등 선진국에 비해 한참 낮음에도 불구하고 2.4%만 지급되고 있었다.

 정 의원은 "감리가 사실상 눈 뜬 장님이 돼 버려 공사를 하던 중 슬라브 등이 붕괴되고 화재가 발생하는 등 부실과 안전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건축물의 성능 저하 및 수명 단축 등 감리 부실로 인한 폐해가 매우 심각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불충분한 설계비용은 부실시공으로 인한 붕괴 등 안전사고 유발로 이어진다"며 "남양주 지하철 공사장, 칠산대교 붕괴사고 등 여전히 후진국형 안전사고가 발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그러면서 "적정 감리비와 설계비·설계기간 등을 확보해 부실한 설계가 발붙일 수 없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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