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시공사 선정 '뒷돈'…대형 건설사 임직원 등 무더기 적발

기사등록 2016/10/21 16:49:04

최종수정 2016/12/28 17:48:57

주택 재개발 시공사 선정 목적 금품 살포
 "우리는 한배 탔다"…금품 받고 철거업체 선정해줘
 조합 대의원들, 현금·가전제품 받고 시공사 몰표

【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 경찰이 재건축 사업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거액의 금품을 주고받은 대기업 계열 H건설사 전현직 임직원과 재건축 조합 대의원들을 무더기로 적발했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면목3주택 재개발 사업 시공사로 선정될 목적으로 조합 대의원들에게 금품을 살포한 H건설사 전 상무 김모(56)씨를 배임수재 및 건설법 위반으로 혐의로 구속했다.

 또 같은 회사 현직 부장 강모(45)씨를 건설법 위반으로 불구속 입건하고, H건설사도 법인 입건했다. H건설사는 국내 브랜드 아파트, 콘도 등으로 유명한 대기업 계열사다.

 이들에게 금품을 받고 H건설사를 시공사로 선정해 준 재건축 조합 대의원 윤모(61)씨 등 32명도 배임수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또 H건설사에 자신의 회사를 철거업자로 선정해줄 것을 청탁하며 뇌물을 건넨 M토건 대표 고모(54)씨를 배임증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H건설사 상무였던 김씨 등은 지난 2009년 12월부터 2014년 5월까지 M토건에 철거권을 주기로 하고 고씨로부터 현금과 골프·마사지 접대와 같은 향응을 제공 받는 등 7억6593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또 강씨와 함께 H건설사를 재개발 사업자로 선정해줄 것을 청탁할 목적으로 윤씨 등 조합 대의원에게 모두 6억6900만원 상당의 금품 등을 제공하면서 공정한 입찰을 방해한 혐의가 있다.

 윤씨 등 조합 대의원들은 2009년 11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H건설사로부터 금품 3억400만원을 챙긴 뒤 실제로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표를 몰아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김씨는 고씨에게 "우리가 시공사로 선정되면 철거 공사도 주고 공사비도 올려주겠다. 우리는 한 배를 탔다"는 식으로 금품을 요구했고, 고씨는 김씨 등에게 돈을 주며 "우리 회사를 철거업체로 선정해 달라"고 말했다. 고씨는 이와는 다른 혐의로 현재 구속 상태에 있다.

 H건설사는 조합설립 초기 단계에서부터 홍보 요원을 동원해 재건축 조합원과 대의원들에게 현금과 냉장고 등을 제공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조합원 대의원들은 김씨 등이 제공한 돈을 받고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표를 몰아주는 등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 등이 금품을 살포할 당시 H건설사는 다른 건설사 7곳과 입찰 경합을 하고 있었다. 경찰은 김씨 등이 조합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이후 몰표를 받아 H건설사가 시공사로 선정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재건축 시공업체 수주 과정에서 암암리에 이뤄졌던 조합원과 대의원을 상대로 한 금품 살포 등 구조적 비리가 확인된 것"이라며 "대형 시공사가 막대한 금품을 뿌리면서 다른 건설사가 입찰을 포기하게 만드는 방해 행위가 실제로 있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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