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자전쟁]우리는 왜 종자 약소국이 됐나

기사등록 2016/10/23 06:00:00

최종수정 2016/12/28 17:49:03

【레버쿠젠=신화/뉴시스】독일 제약회사 바이엘이 23일(현지시간) 미국의 종자 전문회사 몬산토를 인수하기 위해 620억 달러(73조3398억원)를 인수 대금으로 제안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2월 25일 바이엘의 베르너 바우만 최고전략가가 레버쿠젠에서 열린 연례 기자회견에 참석한 모습. 2016.05.23  
【레버쿠젠=신화/뉴시스】독일 제약회사 바이엘이 23일(현지시간) 미국의 종자 전문회사 몬산토를 인수하기 위해 620억 달러(73조3398억원)를 인수 대금으로 제안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2월 25일 바이엘의 베르너 바우만 최고전략가가 레버쿠젠에서 열린 연례 기자회견에 참석한 모습. 2016.05.23
【서울=뉴시스】박주연 기자 = #. 알싸한 매운맛의 대명사 '청양고추'와 높은 당도를 자랑하는 '금싸라기참외'는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친숙한 작물이지만 이를 사먹을 때마다 외국계 회사에 로열티를 지급해야 한다. 이 작물을 개발한 회사가 다국적 기업에 인수됐기 때문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지진과 태풍 등 국제적인 이상기후가 반복되고 세계적으로 식량 자원화 움직임이 일면서 '종자'가 식량전쟁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세계종자 시장에서 약 1.1%를 차지하는 종자 약소국으로 전락해 매년 외국 기업에 수백억원의 로열티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이 최근 농촌진흥청으로부터 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6∼2015년 한국이 해외로 지급한 종자 관련 로열티는 1456억8000만원에 이른다. 하지만 같은 기간 우리가 벌어들인 로열티는 9억5000만원에 그쳤다.

 세계 각국은 유전자원 선점과 신품종 개발에 열을 올리며 식량 주권을 사수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특히 세계 종자시장의 70% 이상을 10대 다국적 기업이 장악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여전히 종자 약소국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다국적 종자기업들이 로열티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로열티 부담액도 점자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상기후와 식량부족으로 '식량 자원화' 진행형

 엘니뇨 현상에 따른 가뭄과 홍수, 지진, 지구온난화로 인한 경지 축소, 전쟁 등으로 세계 식량 가격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 9월 식량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2.9% 상승한 170.9p를 기록, 1년6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식량 부족 상황도 이어지고 있다.

 FAO는 지난 3월 발표한 곡물 작황 전망 보고서에서는 전세계 34개국이 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 역시 '세계기아지수 2015' 보고서를 통해 세계 인구 중 7억9500만명이 기아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인구 9명 중 1명은 굶주리고 있다는 의미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는 2014년 한 인터뷰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을 촉구하며 "10년 내에 물·식량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IMF 당시 5대 종자기업 중 4곳 다국적기업에 인수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종자산업은 1997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크게 위축됐다. 당시 5대 종자기업 중 4곳이 다국적 기업에 인수되며, 국내 종자들이 해외로 팔려나갔다.

 청원종묘는 일본의 사카타에, 서울종묘는 스위스 신젠타에, 흥농종묘와 중앙종묘는 미국의 몬산토에 각각 인수됐다.

 이로 인해 무·배추 등 토종 채소 종자의 50%, 양파가 외국회사에 넘어갔다. 양파, 당근, 토마토의 종자는 80% 이상이 넘어갔다. 이 과정에서 중앙종묘가 가지고 있던 청양고추 종자도 몬산토로 넘어갔다. 다행이 동부팜한농이 2012년 몬산토코리아의 종자사업을 다시 사들였지만, 종자산업은 여전히 미미하기만 하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자체 육종시설과 연구능력을 가진 기업 중 국내 업체는 농우바이오, 동부팜한농 정도에 그치는데 이들 기업 역시 최근 외국계 기업에 넘어갈 위기를 겪었다.

 농우바이오의 경우 2014년 창업주 별세 후 외국업체에 넘어갈 위기에 처했고, 동부팜한농 역시 동부그룹 사태로 같은 위기를 겪었지만 농우바이오는 농협 경제지주가, 동부팜한농은 LG가 각각 인수하며 종자유출 위기를 넘겼다.

 다국적 기업들은 여전히 종자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독일 제약업체 바이엘은 현금 660억 달러(약 74조원)에 미국 몬산토를 인수키로 했고, 중국의 국영기업 켐차이나는 지난 2월 세계 3위 스위스 신젠타를 430억 달러(약 48조원)에 인수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구온난화로 경작면적이 좁아지고 식량자원화가 진행될수록 종자의 중요성이 커질 수 밖에 없다"며 "로열티를 내지 않기 위해 새 종자를 개발하는 것도 좋지만 토종 종자를 빼앗기지 않도록 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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