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신종 구조조정' 논란...조선업체 특정 하청업체에만 격려금 '싹둑'

기사등록 2016/10/23 06:00:00

최종수정 2016/12/28 17:49:03

현대미포조선 장비수리 하도급업체 격려금 미지급 논란
 지원금 안준 이유 안 밝히고 양해도 안구해 근로자 불만 팽배
 노동계, "다루기 쉬운 하청부터 격려금 폐지 불순 의도" 의심
 고용부, 노동법상 권리 침해 여부 따져 후속조치 취할 것"

【서울=뉴시스】박준호 기자 = 조선업종의 한 대기업이 특정 하청업체 직원들에게만 격려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을 놓고 노동계에서 신종 구조조정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 노동계 등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이 지난말 달 보전부(장비수리)쪽 하도급업체 3사에 대해 격려금을 지급하지 않아 갈등을 빚고 있다.

 원청업체인 미포조선 측은 다른 사내하청업체 직원에 대해서는 한 사람당 110만원씩 모두 격려금을 지급한 반면, 건승ENG, 세강, 일성ENG의 근로자 100여명에 대해서는 "보전부 소속이기 때문에 격려금을 전혀 지급할 수 없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이들 하청업체 3사는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미포조선으로부터 각종 격려금과 성과급 등을 받아온 업체들이다.

 그러나 미포조선 측은 올해 조선경기 침체를 이유로 8월에 여름 휴가비 50만원 중 20만원을 삭감한데 이어, 9월에는 추석 귀향비도 20만원을 삭감한 채 30만원만 지급했다. 이어 지난달 말 격려금은 전액 삭감했다.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는 미포조선 측이 특정 하청업체에 대해서만 지원금을 삭감·폐지하는 이유에 대해 납득할 수 없는데다 구체적인 설명이나 양해를 직접 구하지 않은 것에 대해 불만이 팽배하다. 

 하청지회 관계자는 "현대미포조선의 3분기 영업이익이 약 676억으로 추정된다. 보전3사 하청노동자 100여명에게 격려금을 지급했어도 영업이익의 1%도 감소하지 않는다"며 "고작 1억원 아끼려고 폐지했겠나. 비용절감 효과보다는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부 하청업체 근로자들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3일까지 모든 잔업과 특근을 집단 거부하기도 했다. 갈수록 반발이 거세지자 하청업체들은 자체적으로 직원들에게 격려금 30만원을 줬다. 대신 하청업체들은 미포조선으로부터 격려금을 받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다시 계약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하청업체 관계자는 "도장부나 건조부 등 다른 부에 비해 인원이 적다보니 상대적으로 다루기 쉬운 보전부에 먼저 격려금을 폐지한게 아닌지 의심스럽다"면서 "다들 불만은 많지만 원청업체에서 재계약을 안 하거나 일감을 안 주는 식으로 하청업체의 폐업을 유도할 수 있어 집단 반발도 눈치가 보인다"고 말했다.

 노동계에서는 원청업체가 격려금으로 하청업체 길들이기 혹은 신종 구조조정에 나선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와 관련, 얼마 전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업체들이 잇따라 폐업을 신고하자 원청에 의한 노조탄압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현대중공업의 하청업체 3곳과 현대미포조선의 하청업체 2곳은 지난 7~8월에 연이어 폐업을 신고했다. 여러 하청업체 중 하청지회 간부들이 일하는 업체들만 폐업한 것을 두고 하청근로자들이 노조를 결성해 연대하려는 움직임을 무력화하려는 원청업체의 의도가 담긴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하청지회 관계자는 "이번에는 보전3사 하청들에게 격려금을 미지급하지만 다음번에는 시설운영부, 건조부, 도장부 등으로 얼마든지 확대될 수 있다"며 "이미 작년에도 상시 물량팀 하청노동자들 중 일부가 각종 지원금에서 제외된 바 있다"고 전했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원청업체가 고의로 임금체불 등을 통해 하청업체를 길들이는 경우는 있지만 격려금을 수단으로 악용한 사례는 거의 없다"면서 "요즘 조선업계가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특정 하청업체만 갑자기 격려금 지급대상에서 배제한 건 다른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고용노동부 고위 관계자는 "하청업체들이 (당연히)받아야할 부분인데 못 받았다면 노동법상 권리를 침해당한 것이기 때문에 해당 지방노동청에 신고하면 구제를 받을 수 있다"며 "사업주의 책임을 다 했는지 여부 등 사실관계를 정확히 확인해야 격려금 미지급이 문제가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지방노동청에서 관련 내용을 확인해보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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