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한반도 전문가 릴레이 인터뷰]④리광후이 “구조개혁으로 안정·굴기 두 마리 토끼 잡는다”

기사등록 2016/10/21 06:03:00

최종수정 2016/12/28 17:48:38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17일 오후 서울 중구 뉴시스 본사에서 리광후이 중국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경제합작연구원 부원장이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중국이 경제구조개혁을 통해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17일 오후 서울 중구 뉴시스 본사에서 리광후이 중국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경제합작연구원 부원장이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중국이 경제구조개혁을 통해 "안정과 굴기의 두 마리를 토끼를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6.10.1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리광후이(李光輝·52) 중국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경제합작연구원 부원장은  “중국의 구조개혁은 국영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면서도, 근로자들의 고용 안정을 꾀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리 부원장은 지난 17일오후 서울시 중구 퇴계로 뉴시스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주룽지 중국 총리가 국영기업 수술을 집도한 1998~2003년과 ‘신창타이(新常態·뉴노멀)’시대를 기치로 내건 시진핑 국가 주석의 '구조 개혁' 방식을 대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주룽지 총리와 시진핑 국가주석이 마주한 현실은 비슷하지만, 성장률 등 여건이 다르다는 뜻이다.

 사회주의 국가 중국에서는 주룽지 총리 시절 대량해고의 광풍이 불었다. 그가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앞두고 단행한 국영기업 구조개혁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하지만 중국이 G2(주요 2개국)로 부상하고 미국과 협치를 논하는 단계로 성장한 이면에는 한때 하방당해 돼지를 치던 이 개혁가가 이끈 '자강운동'이 있다는 분석이다.  

 리 부원장은 시진핑 시대의 구조개혁 방식은 다를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국영기업간) 합병을 진행하면 남아도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라면서도 "(현정부는) 이들을 해고하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담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구조개혁이 노동시장에 대량해고의 칼바람이 부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을 부인하는 발언이다.

 그는 중국 정부가 90년대 말 대량해고의 칼춤을 출 수 있던 배경에 대해서도 “주룽지 총리 때는 중국 경제가 고속성장했고, 근로자들 입장에서도 국영 기업에서 잘려도 외국 기업을 비롯해 갈수 있는 곳이 상대적으로 많았다”며 “국영 기업들도 근로자를 내보낼 때 어떤 식으로든 보상을 했다“고 덧붙였다. 근로자들의 저항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뜻이다.

 리 부원장은 이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가 한·중 교역에 영향을 줄 것인지에 대해 “양국은 사드 배치를 둘러싼 갈등이 불거진 이후에도 경제 협력을 더 강화하고 있다”며 그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다만 “정치와 경제는 긴밀히 연결돼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양국 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중간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파가 좀처럼 물러가지 않고 있다. 중국의 무역 보복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한국 내에서는 여전히 높다.

 “사드 문제가 양국의 경제 협력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양국은 사드 배치를 둘러싼 갈등이 불거진 이후에도 경제 협력을 오히려 더 강화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한국과 중국 두 나라는 국민간 교류가 매우 긴밀했다. 양 국민들도 서로 호감을 가지고 있고, 쌍방 간 신뢰 수준 또한 깊다고 생각한다.”

-중국인들은 센카쿠 영유권 분쟁이 한창이던 2011년 일본 상점을 부쉈고, 불매 운동도 벌였다.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희토류의 대일 수출도 중단했다. 한국도 비슷한 일을 겪을 수 있지 않겠나.

 “양국 관계에 비춰볼 때 (희토류 수출 중단과 같은 )그런 문제는 당분간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사드 갈등이) 양국 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한쪽의 잘못으로 감정이 상한다면 이를 회복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장기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 정치와 경제는 긴밀히 연결돼 있다.”

-중국이 주도해온 ‘포괄적 경제협력동반자협정(RCEP)’의 연내 타결도 실패했다. 사드나 남중국해 문제의 여파가 '찻잔속 태풍'이라고 하지만, 참가국들의 마음이 이러한 갈등을 겪으면서 돌아선 것이 아닌가.

 “한·중 두 나라가 FTA를 타결하는 데도 무려 5년이 걸렸다. 이번 RCEP에는 16개 나라가 참가하고 있다. 16개 나라가 이견을 조율하려면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RCEP 타결에 (예상보다 더) 시간이 걸리는 것은 사드나 남중국해 문제 때문이 아니다. 다양한 참가국들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RCEP협상은 오늘(17일) 중국 톈진에서 막을 올렸다.”

-중국이 주변국들에게 통 큰 양보를 할 수는 없는 건가.

 “우선, 영토 문제에 관한한 양보는 있을 수 없다. 경제에는 쌍방의 이익이 있을 뿐 형님이나 동생이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아시아 각국은 서로 돕고 공동으로 이익을 창조하는 관계다. 경제 교류를 통해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받는 것이다. 한중일 3국도 그렇다.”

-일본이나 한국의 생각이 꼭 중국과 일치하는 건 아니다. 일본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은 과거 기자와 인터뷰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일 양국이 손을 잡아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

 “일본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이 왜 그런 얘기를 했는지 납득할 수 없다. 한·중·일 3국은 반목하기보다 동북아 경제 발전을 위해 손을 잡아야 한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한국과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추세지만 이러한 접근은 잘못된 것이다. 경제 협력은 어떠한 국가에나 도움이 되는 행위다. 한·일 양국도 거대한 중국 시장에 수출해 큰 도움을 받아왔다. ”

-한·일 두 나라가 중국 시장에서 재미를 보고서는 이제 와서 얼굴을 붉히고 딴청을 피운다는 뜻인가.

 “세계 경제가 좀처럼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동북아시아에서는 정치적 갈등이 분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간 경제협력에 문제가 생기면 동북아, 한걸음 더 나아가 전 세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동북아 경제협력에 관심을 가지고 그 수위를 강화해야 한다. 이렇게 문제가 많은 시기에 중국과 한국이 더 노력을 해야 하고 양보하며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

-일본 노무라연구소의 리처드 쿠 같은 저명 경제학자는 중국이 아시아 국가들과 다툴 여유가 없다고 강조한다. 인구 노령화 속도가 빠른 중국이 더 늦기 전에 구조개혁을 서둘러야 한다는 뜻이다. 중국의 지난달 수출이 무려 10%줄었다.

 “중국의 수출이 감소했다고 해서 산업경쟁력이 떨어진 것은 아니다. 중국은 고속에서 중속 성장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중국은 더 세밀하고 기술 수준이 높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과거 수출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수출과 수입이 똑같이 중요하다고 본다. 우리는 지금 새로운 기술, 브랜드,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수출이 주는 것도 이러한 과정의 일환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중국의 대외 투자는  전년에 비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지난 6월 현재 중국 기업들이 올들어 전 세계적으로 이뤄진 인수·합병 거래 총액의 24%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너무 큰 폭으로 떨어지는 것은 아닌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6%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이 장기 침체에 빠지자 일각에서는 '일본경제가 실패했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일본경제는 더이상 고속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은 것이다. 이미 70~80년대 빠르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중국도) 개혁개방 이후 빠르게 달려왔다. 이제는 한 자릿수 발전이 정상인 상황이다.” (중국의 성장률은 지난 2010년만 해도 10%를 훌쩍 뛰어넘었으나 이후 꾸준히 하강했고, 지난해는 시진핑 국가 주석 부임 후 처음으로 6%대 성장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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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17일 오후 서울 중구 뉴시스 본사에서 리광후이 중국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경제합작연구원 부원장이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중국이 경제구조개혁을 통해 "안정과 굴기의 두 마리를 토끼를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6.10.17.  [email protected]
- 일본은 장기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단지 성장속도가 준 것이 아니다. 어디에서 ‘첫 단추’를 잘못 채운 것인가.

 “일본은 산업 구조를 개혁하거나, 체제를 조정하는 데 실패했다. 중국도 산업 구조가 한걸음 더 고도화돼야 하는 상황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생각하는 해법은 '협력의 강화'다. 중국은 혼자 발전 할 수 없다. 다른 나라, 기업들과 합작을 하면서 이익을 서로 나눠야 한다. 외국 기업과 합작을 통해서 공동으로 발전해야 한다.”

-중국은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해외 인수·합병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중국기업들의 이러한 인수·합병 실적에 몆 점을 주겠나.

 “중국 기업들은 초창기 해외 투자를 할 때 실패하는 사례가 많았다. 어디에서도 도움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요즘은 다르다. 정부가 투자 대상 국가의 정책 등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한다. 민간 부문도 선도기업이 끌어주고 당겨준다. 일부 기업이 주도적 역량을 발휘하고 후발 주자는 따른다. 모험을 하다 실패할 가능성이 많이 줄었다.”

-하지만 중국 기업들의 싹쓸이 인수합병은 비판을 받고 있다. 중국 메이디(美的·Midea)그룹이 올들어 독일의 로봇업체 쿠카 지분을 인수하며 이러한 논란을 촉발했다.

 “중국기업들이 해외 인수합병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정상적 시장 행위다. 인수합병은 브랜드를 강화하고, 제품이나 서비스 품질을 개선하기 위한 첩경이다. 중국과 한국 기업도 서로 도우며 시너지를 만들 수 있다. 중국은 시장을 제공하고 한국은 기술이나 자금을 지원해 양국 기업 모두 수혜를 볼 수 있다.”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경제장관은 지난 6월말 중국 기업의 쿠카 인수를 저지하기 위한 컨소시엄 결성을 제안한 바 있다. )

-중국 기업들의 이러한 자강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는가. 제품이나 서비스의 품질이 많이 좋아졌다고 느끼는가.

 “개인적으로 3년 전 구입한 삼성전자의 스마트 폰을 지금도 사용하고 있다. 업무 폰으로는 중국의 화웨이 제품을 이용한다. 양 제품을 비교해보면 앱이나 키보드를 이용하는 방식 등이 다소 다르다. 하지만 품질에서는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 내 몸에 난 종기를 치료하는 게 더 시급하지 않은가. 중국이 2000년대 도약한 이면에는 주룽지 총리가 90년대 집도한 국영기업 대수술이 있다.

 “중국에서는 현재 국영 기업개혁이 한창이다. 이들 기업이 국제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체제 개혁'과 '기술 개혁'이 두 가지 수단이다.  국영 기업 개혁은 단계별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 ”

-주룽지 총리의 구조개혁은 대량해고 사태를 불렀다. 이번에도 비슷한 일이 되풀이되는 것인가.

 “시진핑 정부는 근로자들의 고용안정을 중시한다. 따라서 (국영 기업 개혁에도 불구하고) 대량해고는 없을 것이라고 본다. 고용 문제는 중국 정부가 중시하는 사안이다. 예전에 주룽지 총리 때는  많은 중국인들이 회사를 그만둬야 했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을 것으로 본다. 주룽지 총리 때는 개혁개방이후 외국의 경험을 참고해 체제 개혁을 수행했다. 그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국영기업 내부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광범위한 구조개혁의 시동을 걸었다.” (중국 국영기업체에서는 1997~2000년 대량해고가 있었다. 아시아 외환위기 다음해인 1998년 한해 동안 해고가 집중됐다. 주룽지 총리는 1998~2003년 일했다. )

-중국의 국영기업인 바오산철강그룹 근로자수가 미국 철강산업 전체가 고용한 인원보다 많은 게 현실이다. 몸집을 줄이지 않고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나.

 “시진핑 정부는 국영 기업의 개혁을 추진하며 두 마리 토끼를 좇고 있다. 국영기업간 합병을 통해 국제경쟁력을 높이고 고용의 안전성도 해결하자는 것이다, 합병을 진행하면 남아도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 정부는) 이들을 해고하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그들에게 담보하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가 정리해고의 칼바람을 일으키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주룽지 총리가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과감한 인력조정의 칼날을 휘두를 수 있던 배경이 궁금하다.

 “중국 경제는 1990년대 개혁·개방의 바람을 업고 빠르게 발전했다. 당시에는 일자리도 상대적으로 많았다. 근로자들이 국영 기업에서 잘려도 갈수 있는 곳이 상대적으로 많았다는 뜻이다.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의 인력 수요도 적지 않았다. 근로자들도 큰 불만은 없었다. 국영기업들도 근로자를 내보낼 때 어떤 식으로든 보상을 했다.”

-한국 방문이 이번까지 포함해 8번째라고 들었다. 한국민들에게 남기고 싶은 조언이 있는가

 “이번 방한 때 만난 전문가 그룹의 관심은 온통 사드였다. 오늘(17일) 오전에도 국립외교원 교수들을 만났다. 한반도와 사드 문제가 주요 대화 주제였고, 교수들은 중한 간 정치적, 경제적 합작을 강화하자는 제안을 했다. 한국 정부가 동아시아 지역에 미칠 파장, 그리고 한반도 문제에 좋은 영향이 있을지 생각하고 사드배치를 결정한 것인지 묻고 싶다.”

▶리광후이 부원장은 누구

 리광후이 중국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경제합작연구원 부원장은 중국의 대표적 한국통이다. 한·중·일 싱크탱크 모임 참석 차 매년 한국을 방문해온 그는 동북아 지역경제협력 연구 분야의 저명한 전문가이다. 주로 지역경제협력과 대외 개방 분야 연구를 수행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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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한반도 전문가 릴레이 인터뷰]④리광후이 “구조개혁으로 안정·굴기 두 마리 토끼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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