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사망 후유증 불가피…'특검' 도입 마찰 예고

기사등록 2016/09/25 17:15:50

최종수정 2016/12/28 17:41:18

백씨 측 "검찰, 고발 접수하고도 10개월 허송세월"
 대책위·야당 "특검 도입 책임자 처벌"…국회 논의 주목

【서울=뉴시스】변해정 기자 = 혼수상태로 10개월간 병상에 머물던 백남기 농민(향년 70세)이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사망함에 따라 사건의 진상 규명 및 책임자 사과 등을 놓고 상당한 후유증이 예상된다.

 유족과 시민사회단체, 야당 측에서는 특별검사(특검) 도입을 통한 수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어 정부 당국과의 마찰 등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25일 백남기대책위원회 등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에 317일째 입원했던 백씨는 이날 오후 1시58분께 사망했다. 병원 측이 밝힌 직접 사인은 급성신부전증이다. 

 백씨가 숨을 거둘 때까지도 경찰과 검찰이 진상 규명에 소극적이거나 사실상 회피로 일관했다며 유족 측은 격분한 상황이다.

 특히 사망 당일 백씨의 부검을 놓고 검경 측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검경 측은 백씨의 정확한 사망 원인 파악 등을 위해서는 부검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대포 살수와 백씨의 치명상 사이에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취지다.

 하지만 대책위와 백씨 사건의 법률 자문을 맡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측은 법률적·의학적으로 부검을 할 필요가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도 사망 선언 후 사인을 밝히기 위한 부검은 발병 원인을 환자의 기저질환으로 몰아가려는 저의가 있을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통상 고인의 신체를 훼손하는 부검은 유족 측 동의가 필요하다. 사인이 명확지 않거나 범죄 혐의점 등이 있을 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부검을 진행하지만 유족에 대한 설득이 선행돼야 한다.

 검찰 측은 "백씨 사망과 관련해 검시도 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부검 여부는 결정된 바가 없다"고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으나 유족 측은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대책위 측은 향후 특별검사 도입 추진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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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은 시종 사건을 축소·은폐하는 데 급급하고, 검찰은 시간만 끌면서 관계자 조사에 더딘 행보를 보여 특검 도입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지난해 11월14일 제1차 민중총궐기에서 백씨가 경찰이 분사한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지 불과 나흘 뒤인 18일 백씨 가족은 강신명 전 경찰청장과 구은수 전 서울경찰정장 등 경찰 관계자 7명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미수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김후균)가 맡았다. 그러나 검찰은 사건 발생 7개월만인 지난 6월에 들어서야 처음으로 사건 관계자들을 조사했다. 현재까지도 강 전 청장과 구 전 서울청장 등은 소환 조사를 받지 않은 상태다.

 강 전 청장은 국회 청문회에서 "시위 현장에서 사람이 다쳤다고 해서 무조건 사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수많은 영상과 증언이 넘쳐나는데도 검찰은 10개월째 미적거리면서 백씨에 대해 또다른 폭력 행위를 자행했다"며 "백씨 사건을 더이상 질질 끌지 않도록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도 "경찰의 살인 폭력을 검찰이 은폐 조작 하려 한다"면서 "국가 폭력 사건의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야당에서도 특검 도입에 대한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된 분위기여서 향후 국회 논의 과정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대변인은 논평에서 "고인을 죽음으로 내몬 경찰은 끝끝내 사과를 거부하고 있다"며 "더불어민주당은 끝까지 경찰의 살인 진압에 대해 책임을 묻고, 다시는 공권력의 부당한 행사에 의한 국민의 피해가 없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당 박주민 의원은 "지난 12일 열린 국회 청문회에서 경찰은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고 몇 개월째 검찰 수사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면서 "이제 특검 도입을 통해 수사와 책임자 처벌을 시도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한창민 대변인도 "특검은 물론 국회의 모든 권능을 이용해 그 날의 진상규명과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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