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대교 '생명의 다리' 캠페인 2년…"자살율 늘었다 왜"

기사등록 2014/09/23 08:28:05

최종수정 2016/12/28 13:24:12

【서울=뉴시스】김민기 기자 = #회사원 장모(여·33)씨는 지난 주말 저녁 친구들과 함께 마포 대교를 거닐었다. 최근 연이은 이직 실패와 결혼 문제로 마음이 복잡했던 장씨는 마포대교가 '생명의 다리'라며 힐링효과가 있다고 해서 기분전환 겸 직접 이 곳을 찾았다.

 하지만 다리를 걸을 때마다 불이 켜지면서 감성을 자극해 오히려 우울한 감정이 생겼다. 반말로 물어보는 듯 한 느낌의 문구가 오히려 답답한 마음이 들면서 반감이 일었다.

 지난해 6월 삼성생명과 서울시는 마포대교를 배경으로 자살 예방을 위해 '생명의 다리' 캠페인을 실시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진선미 의원이 소방방재청으로 제출받은 '교량 사고 유형별 구조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자살시도가 가장 많은 다리는 마포대교.

 5년간 총 245명의 자살시도가 있었고 이 중에서 25명이 사망했다. 2010년에 23명이 자살시도를 했으나 지난해 93명으로 4배 증가했고 올 상반기에만 103명의 자살시도가 있었다. 다음으로 한강대교(89명), 서강대교(63명), 원효대교(53명), 양화대교(46명) 순으로 자살시도가 많았다.

 캠페인이 실시되면서 투신시도자 수가 급격히 늘었다. 특히 지난해 마포대교에서 발생한 투신시도 건수인 총 93건은 생명의 다리가 설치됐던 해인 2012년의 15건보다 6배 이상 늘은 수치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103명으로 해가 거듭할수록 자살 시도자 수가 늘고 있다.

 '생명의 다리' 공익광고는 2012년 9월 처음으로 공개됐다. 자살자가 많은 마포대교를 탈바꿈시키기 위해 삼성생명과 서울시가 공동 기획했다.

 마포대교를 지나다 보면 한 걸음 디딜 때마다 조명이 들어오면서 난간에 새겨진 메시지가 차례로 눈에 들어온다. "밥은 먹었어?", "요즘 바빠?", "무슨 고민있어?"라는 단어가 나온다.

 더 걷다보면 "가슴이 먹먹할때 어때요? 노래 한번 불러보는거", "가장 빛나는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라며 위안이 되는 문장들이 이어진다. 

 삼성생명 '생명의 다리' 캠페인은 세계 최초로 시도한 쌍방향 스토리텔링으로 칸 광고제에서 티타늄1, 금2, 은2, 동4 등 총 9개의 본상을 수상하며 단일 캠페인으로 국내 최다 칸 수상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2년이 지난 후 자살 캠페인의 효과는 처음보다 많이 반감됐다. 오히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자살의 명소'가 돼버렸다.

associate_pic2
 생명의 다리가 유명해지면서 방문자들도 늘어 투신 예방과 구조건수도 늘고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자살하면 '마포대교'가 떠오르면서 자살시도자 수가 늘어났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의 경우 죽기 직전에도 자기 죽음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이름 있는 장소를 찾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정택수 한국자살예방센터장은 "미국의 금문교나 영국의 에드워드 다리 등도 자살 명소로 소문이 나면서 자살을 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면서 "마포대교도 역시 지방에서부터 자살을 하려는 사람이 올라온다는 이야기가 나돌 정도"라고 말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삶에 지친 일반인들에게는 힐링의 장소가 될지 모르지만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생명의 다리의 문구는 위화감을 조성하고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 센터장은 "서울시에서 고민해서 삼성생명과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좋은 문구도 써놓고 좋은 말도 써 붙였는데 오히려 투신율은 6배나 더 증가했다"면서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문구들이 오히려 와 닿지 않고 홍보캠페인 통해 몰랐던 사람들이 더 많이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자살에 대해서는 언론이나 방송보도, 캠페인 등에 대해 신중해야한다"면서 "좋은 목적으로 캠페인을 했지만 자살 예방에 포커스를 맞춰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결과론적으로 투신이 늘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특히 외국의 경우는 자살을 방지하기 위해 물리적으로 그물망을 설치하거나 유리벽을 설치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는 중·고등학생도 다리 난관을 넘을 정도로 난관이 낮고, 예산 등의 이유로 그물망 설치 등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기획사는 단순히 캠페인을 통해 자살이 늘어났다고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 생명의 전화나 생명의 다리에 적힌 문구를 통해 자살 예방 효과가 나타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진선미 의원은 "자살예방순찰과 CC(폐쇄회로)TV설치 및 SOS생명의전화 등 다양한 자살 예방대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교량에서의 자살사고가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교량에서 자살시도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펜스와 그물망 설치 등 자살방지의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

기사등록